[우리말바루기] 톰은 수고양이, 제리는 숫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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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톰은 숫고양이, 제리는 암쥐 같아.” “제리의 외모가 깜찍하지만 분명히 수쥐야. 암쥐에게 반하는 장면이 나오잖아!”

만화영화 주인공 ‘톰과 제리’의 성별을 놓고 벌이는 입씨름. 누가 바로 얘기한 걸까? 둘 다 수컷이란 주장은 옳지만 “톰은 수고양이, 제리는 숫쥐”라고 써야 맞다.

‘새끼를 배지 않는’의 뜻을 더하는 접사로 어떨 땐 ‘수-’를, 어떨 땐 ‘숫-’을 붙여 헷갈린다는 사람이 많다. 수컷을 이르는 말은 원래 ‘수-’를 쓰는 게 원칙이나 이미 굳어 버린 ‘숫양, 숫염소, 숫쥐’만 예외를 인정한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쉽다. 다른 단어는 원칙대로 ‘수고양이, 수산양, 수들쥐’ 등으로 표기하면 된다. 발음도 [숫]이 아닌 [수]로 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유의할 사항은 ‘수캉아지, 수캐, 수컷,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톨쩌귀, 수퇘지, 수평아리’ 9개 낱말은 ‘수-’ 다음의 첫소리를 거센소리로 적어야 한다는 점이다. 접사 ‘암-’과 결합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수-’를 ‘숳’으로 썼는데 오늘날 그 자취가 남은 것이다. 현실음을 생각할 때 불합리한 면도 없지 않으나 현재의 표준어 규정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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