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군도 수감자 학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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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도 이라크에서처럼 구금자를 구타하고 성폭행했으며 나체사진도 찍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미군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해 여름 탈레반 요원이라는 모함을 받아 약 40일간 미군 수용소에 구금됐다 풀려난 전직 경찰간부 사예드 나비 시디키(47)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같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시디키는 바그람.가르데즈.칸다하르 등 세 수용시설에서 미군에게 반복적으로 모욕과 구타, 잠 안재우기 고문 등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용소 내에서 늘 경찰정복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도 미군은 자신에게 "어느 동물과 가장 성관계를 맺고 싶으냐" "네 부인과 딸이 지금 매춘부가 됐다는데 알고 있느냐"는 등 모욕적 질문을 하며 대답하지 않으면 발길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군들이 내 항문에 한번 이상 손가락을 넣고 성기에 손대는 등 성적 학대도 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 인권위원회는 "지난 몇달간 비슷한 진정이 모두 44건 들어왔다"고 밝히고 있다.

인권위는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2002년 설립한 독립기구로 미 의회 등 해외 후원가들의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대사관 측은 12일(현지시간) "미군 당국이 즉각 조사에 들어갔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구금자를 학대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 측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구금자들이 성희롱 당했다는 진정은 이미 지난해 미군 측에 전해졌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11일 미군 측에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수용시설 조사 허용을 요구했으나 미군은 국제적십자사가 2주에 한번씩 방문하고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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