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CO₂ ·대체연료 … 선택 아닌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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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성장시대가 도래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앞으로는 ‘저이산화탄소 녹색 성장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 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녹색성장이란 ‘저이산화탄소화’와 ‘녹색산업화’에 기반을 두고 경제성장력을 높이는 새로운 개념을 일컫는 말이다. 경제성장과 환경보호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기업들의 향후 ‘먹을 거리’를 이들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주요 대기업들은 실제로 이 같은 방향으로 이미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삼성·LG 등 전자업체들은 태양전지에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또 ▶화학업체들은 태양광 소재 ▶기계·철강업체들은 풍력발전기 ▶조선업체들은 해상풍력장치 ▶자동차 및 에너지업체들은 수소연료전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와 홈플러스그룹 등 유통업체들까지 이제는 ‘녹색마케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공략하는 경영전략을 짜기도 한다.

최근의 이런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녹색성장시대로 바뀌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에너지원 고갈에 대한 우려와 최근 국제 원유값 급등 영향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감축 의무화에 따른 기후변화 관련 규제 강화 등을 손꼽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8·15 경축사에서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을 국정 운영의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향후 60년의 미래 성장을 위해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을 주창했다. ▶에너지 환경 ▶융합신산업 ▶뉴 정보통신(IT) ▶수송시스템 ▶바이오▶지식서비스 등 6대 분야 22개 신성장동력을 통해 앞으로 5년간 99조원을 투자해 일자리도 88만 개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태양광·수소연료전지 등 9대 분야는 2030년까지 집중 육성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13%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급성장하는 녹색시장=녹색산업의 대표격인 풍력·태양광·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773억 달러였다. 하지만 2017년에는 이보다 3배 이상 급성장한 254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저이산화탄소 녹색산업은 매년 급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세계적으로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신재생에너지시장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권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권이란 국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정해 놓은 것을 말한다. 세계 각국이 일본에서 모여 교토의정서에서 합의 한 내용이다. 따라서 배정된 할당량보다 더 많이 배출한 나라는 적게 한 나라에서 이를 사와야 한다. 이런 이산화탄소배출권 시장만도 지난해 640억 달러에서 2010년에는 15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각 기업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키는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성 확보가 관건=저이산화탄소 녹색산업의 성패는 바로 경제성이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도 물건을 만들었을 때 너무 비싸다면 상업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 비싼 저이산화탄소 녹색상품을 만들어 봤자 팔리지 않는다면 뜬구름에 불과한 셈이다. 연구실에서만 가능한 기술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현재 미국·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는 풍력과 지열의 경우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육상 풍력발전 단가는 MWh 당 54유로로 석탄 화력발전단가 60유로보다 더 값싸다는 분석도 있다. 풍력발전의 경우 기술 발전으로 상업화가 가능한 단계에 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치밀한 전략을 세우지 않은 채 미래 성장동력으로 녹색산업에 서둘러 참여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의 장현숙 선임연구원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유망하다고 최근 국내 기업들이 너도 나도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은 자연적으로 이런 발전 효율이 네덜란드·덴마크 등보다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리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풍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관련 제품을 만드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낫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녹색산업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지 말고 10년 이상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와 기술 개발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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