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궁중의 삶 베일 벗겨-KBS1 '역사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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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KBS-1TV 『역사추리』가 조선시대 궁중의 삶을 알아보는 연속 기획물을 마련했다.우선 12일 밤10시15분 「조선시대 임금 만들기」(연출 장기랑)편에서는 국왕들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경연(經筵)을 해부한다.
『묘시(오전5시)에 침수(寢睡)나오시다(일어나시다).잣죽 한사발을 맛있게 드시고 의대를 차리시다.
6품관 이상의 중앙관서 관리들과 조회를 하시다.시사(時事)시간에는 당상관으로부터 강원도에 침범한 왜구무리의 동태를 보고받으시다.조강(朝講.아침 경연)에서 6품관 이상의 중앙관서 관리들에게 왜의 침범을 단호히 척결하라 이르시다.
아침 수라로 너비아니구이(불고기)와 곽탕(미역국)을 드시다.
대비마마를 찾아 문안인사를 올리시다.
주강(晝講.낮 경연)에서는 가마꾼들이 세를 빼돌린 것을 아시고 엄색(嚴色.노한 표정)을 보이시다.신시(오후3시)에는 정원에 나가 활쏘기를 하시다.요즘들어 격구는 힘이 들다고 하신다.
걱정이다.
술시(오후7시)석강(夕講.저녁 경연)에서는 예조판서(교육.문화장관)바꾼 연유를 설명하시다.저녁 수라로 편숙의(떡국)를 드시다.잠시 정원을 산책하신뒤 오랜만에 동국통감을 읽으시다.
매우틀(변기)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도록 이르시다.야대(夜對.밤 경연)에서 왜에 죽임을 당한 포도대장과 포졸들의 소식이전해지다.안정(眼睛.눈)에서 옥루(玉淚.눈물)를 흘리시다.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삼경(오후11시)종소리와 함 께 대세수 하오시고(손을 씻으시고)침수 드오시다(주무시다).』 한 내시의 눈을 통해본 조선시대 임금의 일과표다.물론 가상이다.하지만 단순한 가상은 아니다.조선왕조실록.시강원지.승정원일기.국조방목(國朝榜目)등 각종 기록을 보면 조선시대 임금들은 오전5시부터(겨울철엔 조금 늦춰진다) 오후11시까 지 하루종일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단 원자(임금이나 세자의 첫아들)로 태어나면 그때부터 보양청(輔養廳)이 설치되고 3~4세가 되면 강학청(講學廳)이,그리고 세자로 책봉되면 시강원(侍講院)이 만들어져 본격적인 교육이시작된다.
평범한 양반 자제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사서삼경을 달달 외우는 것과 달리 세자는 리더의 덕목을 강조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관점에서 이를 분석한다.
또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동국통감등 각종 역사서를 읽고학자들과 토론하며 제왕의 덕목을 익힌다.여가가 있을 때면 주로체력단련을 한다.사냥이나 활쏘기가 주요 내용이었고 건국 초기 군왕들은 격구를 즐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궁정에서 낮잠을 즐기거나 노는 일은불가능에 가깝다.조금 마음대로 하고 싶어도 당장 『아니되옵니다』『통촉하시옵소서』라는 신하들의 간섭이 날아든다.
게다가 경연(經筵)이라하여 신하들과 학문적인 토론과 정책토론을 벌이고 민감한 정치현안들을 결정하는 일종의 연석회의가 하루최대 네번씩 마련된다.이 자리에서 임금은 신하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신하들은 임금이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견제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경연 방법과 경연관의 선출방법,경연에서 사용한 교재는 어떤 것이었는지,경연에 가장 열심이었던 임금들은 누구였는지 살펴본다.이와함께 경연에도 방학이 있었는지,세자가 공부를 안하고 꾀를 피우면 어떤 식으로 벌을 내렸 는지등에 대해서도 추리형식으로 파헤쳐본다.
왕들의 생활이 그렇다면 왕비는 어땠을까.각종 사료를 통해 본왕비는 단순한 왕의 부인이 아니었다.조신하게 자리를 지키는 자리가 아니라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했고 궁정내 누에치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을 해야 했다.
19일 방영되는 「왕비를 알면 조선이 보인다」편에서는 왕비 간택 과정을 통해 본 당시의 미의식.수렴청정등 왕비의 정치개입을 통해 본 왕비의 정치성과 함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대다수왕비들이 받았던 예의범절.역사.정치에 대한 엄청 난 소양교육,한글로 꽃피워진 궁중문학의 명맥등 다양한 삶이 소개된다.
또 정식 절차를 거친 왕비와 왕비를 보좌하는 상궁.일반 궁녀.무수리에 이르기까지 왕 주위의 수많은 여자들이 어떻게 왕의 총애를 받아 승은(承恩)을 얻게 되며 후궁의 자리에 오르는지,외로운 밤을 보내야 하는 궁녀들의 동성애를 일컫는 대식(對食)에 대해서도 알아본다.특히 앵무새 피를 팔뚝에 발라보아 방울져있으면 처녀고 흐르면 경험이 있는 것으로 감별했다는 궁중시대의처녀성 감별법은 또다른 흥미를 준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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