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은 '생태공원'…애기나리꽃 사이로 잠자리 날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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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이 살아났다
남산에 생명이 꿈틀거린다. 오색딱따구리(上)가 돌아왔다. 심산유곡 계곡물에 몸을 씻는다는 큰유리새(中)가 남산의 5월을 노래한다. 흐르는 물을 모아 만든 웅덩이에는 생태 지표동물인 올챙이가 힘찬 꼬리짓으로 남산이 살아 있음을 알리고 있다. 2주에 걸친 본지의 남산 생태 탐사 사진을 화보로 모았다. [변선구 기자]

'따다닥 딱딱!'

오색딱따구리가 싱그러운 숲속으로 돌아왔다. 5월의 투명한 햇살을 받으며 에메랄드빛의 큰유리새가 화답하듯 노래 부른다. 흰눈썹붉은배지빠귀도 이에 질세라 숲속의 합창에 동참한다.

강원도 깊은 산골 이야기가 아니다. 공해에 찌든 산으로 알려진 서울 남산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큰유리새는 여름 철새로 계곡물이 흐르는 깊은 산속에 서식하는 새다. 바위 위로 흐르는 계곡물에 몸을 씻는 습성이 있고, 날곤충을 먹이로 한다. 소리가 아름다워 제주휘파람새.붉은가슴울새와 함께 삼대 명조(鳴鳥)로 꼽힌다.

흰눈썹붉은배지빠귀도 산림지대에 서식하는 종으로 개체 수가 많지 않은 여름 철새다. 삼육대 이정우(응용동물학과)교수는 "큰유리새를 비롯해 환경에 대해 입맛이 까다로운 철새가 남산으로 날아들었다는 것은 생태계 회복의 청신호"라며 반겼다.

남산은 서울시가 1991년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철거한 외국인 아파트 자리에 야외식물원을 조성했고, 반딧불이를 번식시키기 위해 곳곳에 습지를 조성했다. 반딧불이 이식에는 실패했지만 새로 만든 웅덩이는 물 부족으로 메말라 가던 남산 생태계의 생명수가 됐다. 계곡에서는 이끼가 자라기 시작했고, 웅덩이에서는 올챙이도 발견된다. 1급수에서만 서식한다는 도롱뇽도 볼 수 있다.

▶[화보] 되살아난 남산①,

올챙이가 자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개구리는 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든든한 허리 구실을 하는 개구리가 자라면 뱀도 서식한다. 이끼가 자란다는 것은 대기오염도 그만큼 개선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나무 위 새 둥지의 새끼들을 해치던 야생고양이를 퇴치한 것도 한몫 했다.

서울시립대 이경재(건축도시조경학부)교수는 "남산 살리기의 관건은 물"이라며 "당국이 습지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생태계는 제모습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사진=변선구 기자


5월의 남산이 한껏 신록을 자랑하고 있다. 산성비를 줄여야 숲이 건강해진다.


직박구리


습지 조성 뒤 남산에 서식하고 있는 곤충인 실잠자리(左)와 노린재.


흰눈썹붉은배지빠귀는 깊은 산중에 서식하며 날벌레를 먹이로 한다(사진왼쪽).
돌단풍과 함께 남산의 바닥 식물을 구성하고 있는 애기나리꽃(사진오른쪽).


도룡뇽 알


다람쥐.쥐와 함께 남산의 몇 안 되는 포유동물인 청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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