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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청소년 전담 부서는 성매매 단속서 손떼게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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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성매매 단속업무는 일선 경찰서 청소년 담당부서에서 맡고 있다. 필자는 오랫동안 성매매와의 전쟁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의 부당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 담당부서에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한 경찰서당 담당해야 할 아동청소년의 수는 평균 4만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 청소년 담당부서 직원은 1개 경찰서당(전국 239개 경찰서) 평균 4.1명이다. 이 수는 현장에서 뛸 수 있는 지방경찰청 여경수사반까지 포함한 것이다.

이 4명이 맡고 있는 업무는 정말로 많다. 관내의 실종아동 예방과 아동학대, 학교폭력, 가정폭력, 가출청소년, 청소년 비행·범죄 등에 대한 예방과 단속을 맡고 있다.

전지전능한 수퍼캅이라 하더라도 4명으론 도저히 소화해낼 수 없는 방대한 업무다. 그런데 2004년 9월부터는 여기에 성매매 단속업무까지 추가되었다.

그래서일까?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 이후 학교폭력, 아동성폭력, 아동실종 등 아동 관련 대형 사건이 줄을 이었다. 실종된 아이들이 결국 시신으로 발견된 2006년 서울 용산, 2007년 제주, 2008년 안양 사건이 가장 충격적인 일로 기억된다. 바로 이 같은 현실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청소년 전담부서에 사람이 부족해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지나친 생각일까.

윗돌을 빼 아랫돌을 고이는 식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실정 때문에 요즘 경찰의 손은 청소년 보호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성매매와의 전쟁도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전국의 성매매 여성 수는 무여 100만여 명이다. 업주·남자종업원 수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다. 밥줄을 뺏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이 많은 사람을 단속하려면 수많은 단속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 경찰에 그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경비·교통·형사·방범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관련업무 담당에도 빠듯하다. 정부가 성매매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예산을 보강해 단속 전담경찰관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러고 나서 생계형 성매매 관련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미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 부서를 이용해 성매매와의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방기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은 이미 그렇게 되어버리고 있다.

현재 아이들 보호를 위한 범죄단속은 주로 신고된 사실 위주로 진행될 뿐이다. 예방은 더더욱 어렵다. 청소년부서 업무 중 하나인 가출청소년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매년 1만여 명이 가출해 상당수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경찰로선 속수무책이다. 필자는 지금이라도 청소년 부서가 성매매 단속업무에서 손을 떼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인력과 예산계획을 세로 세워 별도의 강력한 단속부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소중한 자녀를 지키는 업무와 성매매를 근절시키는 일을 동시에 잘 수행할 수 있는 길이다.

김강자 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