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책 첫날 은행주 일단‘맑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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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0·19 금융시장 안정 대책이 발표됨에 따라 시장에서는 수혜주 찾기가 한창이다.

일단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업종으로는 은행주가 꼽힌다. 정부는 내년 6월 말까지 국내 은행이 들여오는 대외 채무를 정부가 3년간 지급 보증(총 1000억 달러 규모)해 주기로 했다. 또 300억 달러의 외화자금을 국내 은행과 수출 중소기업에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당장 은행의 꽉 막힌 자금줄에 숨통을 트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원은 “정부의 달러 유동성 공급으로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 외채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은행의 외화 유동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덕분에 20일 하나금융지주가 8.37% 상승한 것을 비롯해 신한지주·KB금융·외환은행 등이 3∼5% 올랐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은행주의 흐름을 상승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이투자증권 심규선 연구원은 “이번 대책은 단기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건설사 지원과 금리 인하 등 후속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으로 적립식 펀드 계좌가 많은 증권사도 수혜가 예상된다.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세금을 깎아주는 조치는 시장을 이탈하려는 투자자를 잡게 만들 수 있다”며 “적립식 펀드 계좌가 많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주가는 크게 엇갈렸다. 이날 한국금융지주는 5.87% 오른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 여파로 하한가까지 추락했다. 증권업종 지수도 정부 대책에 거래세 인하 등이 빠진 데 대한 실망감으로 -1.05% 하락했다.

업종 대표주도 간접적인 혜택을 볼 것으로 분석됐다. 펀드 세제 혜택이 크지는 않지만 ‘펀드런(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을 막는 데는 효과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LIG투자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펀드런에 대한 우려로 투신권이 펀드에 들어 있는 업종 대표주를 대거 팔아 치우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락했다”며 “투신권의 매수세가 살아나면 낙폭이 심한 조선·철강·건설 등 업종 대표주의 주가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삼성물산(5.94%)·현대건설(6.23%)·POSCO(8.94%) 등은 올랐다. 그러나 현대중공업(-3.63%) 등 조선주는 약세를 나타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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