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대종살리기>양양군 남대천 회귀 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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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엷게 퍼진 안개로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는 푸른 가을 하늘 아래의 쪽빛 동해.
깊고 푸른 동해 바닷속에서 거슬러 올라온 수백 마리의 연어떼가 강원도양양군손양면가평리 남대천 하구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모여들고 있다.
『북태평양 베링해(海)와 캄차카 반도를 거치는 장장 1만6천㎞를 헤엄쳐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 한마리 한마리가 그렇게 반갑고 소중할 수 없습니다.』 남대천을 가로질러 그물을 쳐놓고 연어알 채취작업에 나선 국립수산진흥원 양양내수면연구소 성기백(成基百.33)연구사.
이곳 남대천에서는 78년부터 연어알을 채취,수정.부화시킨 다음 치어(稚魚)상태로 방류해왔다.
20여년을 남대천 연어와 살아온 연구소 진순병(陳淳炳.58)씨는 『초기에는 이곳을 찾는 연어가 3백~4백마리에 불과했으나지금은 매년 15만마리씩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1년 내내 그물을 고정시켜 두는 정치망(定置網)을 통한 해상 포획만이 일부 허가된 상태다.지난해 정치망에 잡힌 연어는 10만8천마리며 채란(採卵)작업을 통해 잡힌 경우는 3만5천마리.
강원도삼척 도립양어장 시대를 거쳐 84년부터 지금의 이름을 갖게된 연구소는 해마다 방류 치어수를 늘려 93년부터는 매년 1천2백만마리씩 방류하고 있다.
93년 방류한 연어가 돌아오기 시작한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바빠졌다.직원들은 지난 11일부터 불법 낚시도 막을겸 하천가에천막을 치고 세사람씩 2교대로 밤낮없이 연어 포획과 알 채취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정된 그물로 잡은 연어 암컷의 배를 갈라 알을 받아내고 여기에 수컷의 정자를 쏟아부어 수정시킨다.
지난 17일 하루에만 이런 방식으로 암컷 연어 1천마리를 잡아 수정시켰다.
수정란은 연구소 부화장으로 옮겨져 2~3개월후 부화된다.그뒤3개월정도 배양된 치어는 남대천에서 최종 방류된다.
이때문에 10월초부터 치어를 방류하는 다음해 3~4월까지 연구소 백국기(白國基.56)소장을 비롯해 10여명의 직원은 눈코뜰새가 없다.이 연구소에서 「생산」해 낼 수 있는 치어의 최대생산량은 1천2백만마리.
『지금은 연어가 많이 돌아와 11월 말이면 채란작업이 끝나지만 과거에는 12월 말까지 작업이 계속되기도 했다』고 陳씨는 회고한다.
이럴 때면 차가운 강바람 때문에 그물에 얼음이 딱딱 들어붙을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홍관의(洪寬義.38)연구사는 『연어가 많이 돌아와서 반갑고 보람스럽지만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아직까지는 연어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이 별로 없어 채란후남는 연어의 처치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먼길을 헤엄쳐 돌아온 연어는 산란후 일생을 끝마치기 때문에 채란후 다시 놓아줄 수도 없다.연구소측은 냉동창고를 마련했으나이것도 2천마리밖에 저장할 수 없는 형편이다.이는 4만마리가 넘는 전체 포획량의 5%에 불과하다.
통조림등 가공식품 개발도 아직은 초보단계다.서울지역 환경단체들이 이곳에서 개최할 「연어생태학교」에 연구소 직원들이 기대를거는 것도 이때문이다.
오는 26일에는 서울의 우이령보존회가,11월3일에는 환경운동연합에서 이곳을 찾아 연어의 생태도 관찰하고 시식도 하는 「연어축제」를 열 예정이다.
연구소 직원들은 「동해안을 연어 어장으로」란 표어아래 일생을함께 한다.이들은 무엇보다 각종 민간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땀이밴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바라고 있다.
***연어*** 연어는 북태평양에 7종(種)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국내에서는 강원도강릉시 연곡천,고성군 북천.명파천,양양군 남대천등 동해안 하천등에서 1종(chum salmon)만이 관찰된다.
바다에서 2~5년동안 살다 매년 10~12월께 모천(母川)으로 돌아와 모래나 자갈을 파고 1천5백~3천5백개의 알을 낳는다.부화된 치어는 하천에서 10~30일간 지내다 바다로 돌아간다.치어는 불과 몇시간 만에 모천을 떠나도 모천 특유의 수질을기억한뒤 되돌아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어의 몸은 길고 옆으로 납작한 모양으로 길이는 80㎝,무게는 3㎏정도로 머리가 큰 편이고 주둥이 끝이 둔하다.등은 흑청색을,배는 은백색을 띠는데 산란기가 되면 몸의 옆면에 보랏빛의불규칙한 무늬가 나타난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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