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각장 실태와 대책-다이옥신 피해연구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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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 목동 쓰레기소각장등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이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일대 주민들이 가동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는등 다이옥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그러나 소각장 주변 주민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다이옥신에 노출돼 있고,어떤 피해가 미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연구가 전혀 없는 상태여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미국.독일등 선진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다이옥신의 발생원인이나 인체 노출경로.피해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왔다.선진국에서 이루어진 연구결과를 토대로 국내 실정과 대책등을 알아본다.
[편집자註] ◇발생원인=다이옥신은 쓰레기소각장에서 PVC등 유기염소계 화합물이 포함된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고 하수처리장 슬러지나 퇴비,제지공장과 같은 산업시설에서도 발생한다.선진국에서는 병원 폐기물및 도시쓰레기 소각로에서 전체 다이옥신 발생량의 70~95%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독성=미군이 월남전에서 사용한 제초제(에이전트 오렌지)를 통해 다이옥신의 독성이 일반에 널리 알려졌다.
미국 환경청은 오염원에 노출되지 않은 보통 사람의 체내에도 체중 ㎏당 13(10억분의 1)의 다이옥신이 축적돼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체중 ㎏당 1백9의 다이옥신이 쌓이면 암을 일으킬 수 있고 42에서는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키며 17에서 남성호르몬이 감소한다.
이밖에 당뇨병.면역체계 이상.정자 감소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염경로=쓰레기소각장등에서 발생,대기중으로 방출된 다이옥신이 비와 함께 떨어지면서 물과 토양을 오염시킨다.이같이 다이옥신에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채소나 풀을 먹은 가축에 다이옥신이축적된다.
실제 미국.독일인에게서 발견된 다이옥신중 95~97.5%는 음식물을 통해 체내에 쌓인 것으로 조사되는등 호흡을 통한 것보다 음식물을 통한 흡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독일은 인체에 무해한 하루 최대 흡수허용량을 체중 ㎏당 1pg(1조분의 1)으로 정해놓았으나 실제 흡수량은 2pg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인 역시 하루 평균 1백19pg의 다이옥신을 흡수하는 것으로 조사돼 독일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표참조> 그러나 미국은 하루섭취 한계를 독일보다 10배나 높게 정하고 있다.
다이옥신은 음식물 가운데서도 동물성 지방성분에 주로 포함돼 있어 독일에서는 우유의 유지방 당 다이옥신 농도가 5pg 이상되면 판매금지 대상이 된다.
◇국내실정=우리 국민들이 얼마만큼 다이옥신에 노출되고 있는지등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다.서양인들과 음식문화가 다른 우리로서는 외국의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다이옥신이 어디서,얼마나 배출되고 대기.토양.음식물등의 다이옥신 오염도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시급하지만 정부나 대학.연구기관등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연구가 일체 없고 계획조차 세워놓지 않고 있는 상태.
현재 일부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 농도를 겨우 측정하기시작한 수준에 불과하고 배출 기준도 독일등 선진국에서 정한 1입방당 0.1의 5배로 정해놓고 있으나 이마저 「권고치」로 강제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연세대 신동천(申東千.예방의학)교수는 『국내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 농도는 당장 큰 위험이 없다 하더라도 자연계에 다이옥신이 축적될 경우 커다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책=자연계의 다이옥신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장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쓰레기소각장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신중히검토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또 『소각시설에 들어가는 쓰레기에서 PVC나 전선등 다이옥신을 발생시킬 수 있는 쓰레기를 분리,별도로 처리해야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독일에서는 다이옥신의 주요 발생원인이 되는 염소와 브롬이 들어있는 자동차 연료 첨가제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펄프.제지공장에서 표백제로 사용되는 염소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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