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관통하는 철탑·고압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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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반 전인 2006년 4월 1일 오전 10시 36분부터 2시간34분 동안 제주도 전역은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가정에서는 냉장고·TV를 못 쓰고, 지하에 있는 상가·사무실은 어둠에 마비됐다. 이날 사고는 제주도 전력 수요량의 40% 이상을 공급하는 제주~전남 해남의 해저 송전선로가 고장이 나고, 제주도에 있는 발전소들이 과부하를 이기지 못해 가동이 멈추면서 발생했다.

이 같은 긴급 상황과 제주도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해 한국전력공사가 전남 진도군~제주도에 제2 송전선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진도군을 철탑과 공중 전선으로 통과할 계획이어서 진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전은 내년 1월부터 2011월 12월까지 5000억원을 들여 진도~제주 송전선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해남군 화원변전소에서 진도군 임회면 봉상변환소까지 34㎞는 철탑 109개를 세우고 전선을 설치한다. 봉상변환소~제주시 애월읍 변환소 구간은 바다 밑에 122㎞의 케이블을 깐다. 시설 용량은 400㎿(40만㎾)이다. 1998년부터 가동 중인 해남~제주 해저 송전선로는 150㎿(15만㎾) 규모이다. 또 육지→제주 방향의 송전만 가능하다.

한국전력 송변전처의 문형배 과장은 “새 송전선로는 제주도에서 풍력발전 양 등이 많아져 전기가 남아 돌 경우 육지로 역송도 할 수 있도록, 양방향 송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말했다.

한전의 계획대로라면 진도 북쪽부터 남쪽 끝까지 27.4㎞에 최고 41m 높이의 철탑 85개가 들어서고, 15만4000V의 전선이 공중을 지난다.

이인곤 진도군 부군수는 “우리는 면적이 374㎢에 불과한 섬이고, 자원이라고는 자연경관과 민속문화가 전부다”며 “섬 중심을 철탑과 고압선이 가로지를 경우 너무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73개 시민·사회·문화·환경 단체가 만든 반대대책위원회의 박은준(51) 집행위원장은 “주민들은 고압선의 전자파가 건강을 위협할 것을 걱정한다”고 전했다.

박연수 진도군수와 군의회 의원들은 지식경제부와 한전에게 ▶제주도에 LNG발전소 건설 ▶송전선로를 거리가 짧은 노선으로 바꾸거나 지중화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전 송변전계획처의 김홍래 부장은 “LNG발전소 건설과 선로 지중화는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선로 변경도 육지·제주도의 전력설비 시스템과 바다 여건을 감안할 경우 수용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에 대해 이원석 진도군 경제통상과장은 “제주도 전기공급 안정의 필요성은 우리도 인정하며, 제주도에서도 원하는 LNG 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태언 제주도 미래전략산업과장은 “우리로선 전력 수요를 육지 전력에 크게 의존하기보다 LNG발전소 건설로 전력 자립도를 높이고 싶다”며 “하지만 차선책으로 송전선로 신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진도군과 제주시는 인천광역시 강화군과 삼각 결연을 해 교류하고 있다. 고려시대 삼별초가 3곳을 중심으로 몽골군과 싸운 역사를 인연으로 삼았다.

이해석·양성철 기자

◆해저 송전선로=케이블을 바다 바닥 0.5~3m 아래에 묻은 뒤 위에 보호시설을 설치, 어선의 닻 등으로 인해 망가지는 것을 막는다. 가정 등에서 쓰는 전기는 교류이지만, 해저 구간은 변환소에서 직류로 바꿔 송전한다. 교류는 제어가 불가능하지만, 직류는 원하는 만큼만 주고 받을 수 있다. 또 송전 거리가 길어도 전압이 떨어지지 않고 100% 송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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