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최덕근영사 피살현장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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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가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1일 밤9시15분(이하 현지시간).시내 중심가에서 멀지않은 루스카이가55에 있는 아파트 3층 계단에서 최덕근영사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아파트 3층에 사는 러시아여인이 崔영사를 발견했다.러시아말로떠드는 소리가 나기에 나가보니 崔씨가 엎어진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계단 아래로 한사람이 급히 뛰어내려가는게 보였다.
또다른 아파트 주민은 사건전 괴한 2명이 복도에서 서성거리는것을 봤으며 나중에 崔영사가 쓰러진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주민이 연락한지 2분만에 앰뷸런스와 함께 경찰이 도착했다.崔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함몰된 머리 뒷부분에서 흘러나온 피가 계단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또 옆구리에는 예리한 흉기로 찔린듯한 핏자국 두개가 선명히 드러났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연해주 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반영,연방보안국(FSK).연해주 검찰.연해주 수사대.경찰등으로 30여명의 특별팀을 구성해 사건수사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현장을 보존하고 있던 경찰은 4층 계단을 내려오던 러시아인 주민이 崔씨의 얼굴을 알아보고 7층에 사는 한국인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崔씨의 부인 김영자(52)씨는 집에 찾아온 한국손님들과 함께저녁식사를 마치고 막 계단을 내려가던 참이었다.당초 崔씨는 이날 저녁 서울에서 온 연수생 2명을 집으로 초대,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돼있었다.그러나 갑자기 현지를 방문중 인 한국표준과학연구소 연구원 일행과 블라디보스토크 기술공대 총장및 부총장간저녁약속에 동석하게 되는 바람에 부인 혼자 집에서 손님을 대접했다. 崔영사는 오후8시30분 일행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돌아갔다.함께 저녁식사를 했던 총영사관 직원중 한명이 오후9시15분쯤 崔영사 집으로 전화를 했으나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부인 金씨의 말을 들었다.『이미 도착할 시간이 지 났는데 이상하다』는 직원의 얘기를 듣고 난 부인이 손님 두명과 함께 막 계단을 내려가다 올라오던 경찰과 마주쳤다.
경찰은 崔영사가 쓰러진 현장주변의 모든 지문을 채취하는 한편혈흔도 일일이 채취했다.3층 계단에 주로 피가 묻어 있었으나 여기저기서 핏자국이 발견됐고,6층 계단에서도 핏자국이 발견됐다.또 5층 계단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 색 장갑 한짝도 발견됐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건 전담팀은 지갑.여권.수첩등이 모두남아 있고 저고리 주머니가 잠겨진채 그대로 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 강도행위는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원한관계▶금전적 이해관계▶북한관련등의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진행하 고 있다.
崔영사의 정확한 사인(死因)을 밝히기 위한 부검은 2일 낮12시쯤 우리측 입회없이 실시되다 우리측 공관의 강력한 항의로 일단 중단됐다.
이후 부검은 『사인 규명이 필요한 부분만 하자』는 우리측 요구를 러시아측이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전부 부검해야 한다』고 거부해 한동안 승강이를 벌였다.
결국 2차부검이 오후5시쯤 러시아측 주장대로 실시돼 이날 오후7시쯤 모두 끝났다.
그러나 러시아측은 부검결과에 대해선 『모든 조사가 끝난후 발표하겠다』는 입장만을 통보했다.
崔영사의 사인과 관련한 명확한 증거는 아직 없으나 범인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검은장갑이 5층과 6층 사이에 놓여있고 파우치(외교행낭)에 보내려한 자료.신문등이 그대로 옆에 있어 전문가들은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한 것 같다고 분 석하고 있다. 한편 崔영사의 피살현장에 최초로 도착했던 연해주 경찰 수사팀은 『지난해 12월말 피살됐던 강현철씨(사업) 살해수법과 똑같이 독침을 사용했다』고 발언,독침에 의해 崔영사가 살해됐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블라디보스토크시 및 인근 지역의 북한인 집단거주 아파트단지는 사건발생 직후부터 정적이 감돌 정도로 조용한 모습이었다. 평소 50명 정도의 북한인이 거주했던 울리차 고골랴 인근 지역도 평소와 달리 주민들의 출입이 거의 없는 상태라 북한 공관측에서 이번 사건 직후 모종의 지침을 준 것 같다고 관계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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