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韓國經濟 常職問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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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1890~1957)이 굽어 살펴보니 세상 돌아가는게 하도 엉망이라 『한국경제 상식문답(韓國經濟 常識問答)』을 새로 저술하기로 결심하고 자료를 얻기 위해 후손들에게 몇가지를 물어 보았다.
『한국(남한)땅의 면적은 얼마나 됩니까.』 『선생님이 돌아가시던 그해(1957년)에는 9만8천4백31평방㎞였으나 지금은 9만9천3백92평방㎞(93년기준)인 것으로 압니다.그러니까 9백61평방㎞,약 2억9천만평이 늘어난 셈입니다.』 『그동안 많이 넓혀 나갔군요.조선,아니 한국은 땅이 좁고 인구가 많아 계속 땅을 넓혀 나가야 합니다.땅을 많이 공급해야만 땅값도 붙잡아 둘 수 있습니다.경쟁력을 제약하는 5고(高)현상 가운데 고지가(高地價)가 제일 나쁘다면서 왜 땅을 더 넓히지 못합니까.
』 『연안어장이나 개펄에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크다는 사람도 있고,환경문제도 있고 해서….』 『쯧쯧….네덜란드나 일본에서 한참 더 배워야 하겠군요.그에 앞서 시화호(始華湖)실패 책임자로부터 눈물의 고백을 들어 후일의 교훈을 삼는 것이 국토확장의심리적 장애를 제거하는 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땅값도 그렇지만 고임금이야말로 한국경제를 죽이고 있습니다.한두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우리나라의 시간당 임금은 평균 12.77달러인데 영국은 9.91달러입니다.임금 증가율도 가파릅니다.85년을1백으로 했을 때 95년 우리나라의 임금은 4백21인데 미국은1백29,일본은 1백31입니다.』 『내가 알기로 임금은 노동생산성에 비례해 오르게 돼 있습니다.그동안의 생산성 향상은 얼마입니까.』 『그건 계산하는 방법과 기준에 따라 다르다고 하는 바람에….』 『다음 문제는 무엇입니까.』 『물가를 잡아야 합니다.다른 선진국의 경제사전에서는 물가앙등이니 인플레이션이니 하는 말이 사라졌답니다.그러나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에 이를 전망입니다.』 『물가를 잡으려면 소비절약을 해야 하고 금리.환율.통화공급량을 모두 낮추어야 합니다.그렇게 하고 있습니까.』 『자금수요가 많다 보니 금리는 세계 최고 수준에 가 있고,수출을 생각하다 보니 환율은 나날이 올라갑니다.
16%대의 통화공급을 줄이겠다고 하면 사방에서 아우성이 날겁니다.』 『모든 길은 물가안정으로 통합니다.물가가 올라가고 환율도 올라간다는 것은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케인스란 사람은 이렇게 말합디다.「기존의 사회기반을 전복시키는데 있어서 통화가치를 붕괴시키는 것처럼 교묘하고 확실 한 수단은 없다」.』 『레이건 대통령은 8%대의 통화공급 증가량을 5~6%로 내려 물가를 잡았답니다.그러나 통화공급을 축소하고 2년이 지나야 물가안정이 뒤쫓아 온다지 않습니까.』 『5년마다정권이 바뀌는 정치체제론 2년뒤의 안락을 위해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말을 못하겠군요.』 육당은 자신과 같은 천재의 머리로도 오늘의 난국을 풀어 나갈 힘이 없다고 생각하고 「당분간」저술을 포기하기로 했다.벌이고 저지르는 일보다 정돈하고 마무리하는 일이 고통스럽더라도 더 급한 일임을 한국인들이 깨달을 때까지.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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