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첫 단독 對잠수함 방어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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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군이 지난달 6일부터 서해 최전방해상인 백령도 근해에서 한국형 잠수함을 투입해 처음으로 한국군 단독의 대규모 대잠(對潛)훈련을 4일동안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대잠훈련의 목적은 북한 잠수함및 잠수정이 서해의 관문인인천항을 봉쇄하기 위해 서해안을 거쳐 인천항 부근으로 접근하는것을 사전탐지,공격을 통해 침투를 차단하는데 있었다.미7함대의지원을 받아 대잠훈련을 실시해 왔던 과거의 예와는 달리 이번 훈련은 국산 잠수함.호위함.구축함등 함정 10여척,P-3C 해상초계기,링스 및 알루테 대잠헬기등 자체보유 장비가 동원된 입체적인 훈련이어서 주목된다.
훈련은 인천항을 향해 침투하는 북한 해군을 가장한 홍군(紅軍)과 구축함.대잠헬기.해상초계기로 구성된 우리 해군을 가장한 청군(靑軍)으로 나누어 실시됐다.
이번 훈련은 첫날 오후 서해상공을 날고 있던 해상초계기 P-3C가 바다속에서 이상한 자장(磁場)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으로막을 열었다.물속에서 금속성의 잠수함이 지나가면 자장에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이어 초계기 승무원이 2함 대사령부에 『25도 방향 3천야드 부근에서 잠수함 발견』이라는 보고를 했고이에 따라 가장 가까운 해상에서 순시중인 구형 구축함(3천급)갑판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영국제 대잠헬기 링스가 발진했다.링스는 적잠수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해상에 수중음향탐지기인 소나부이를 투하했다.이에 따라 잠수함 엔진의 움직임으로부터 나온 음파가 소나부이에 감지되기 시작했고 이를 전송받은 링스헬기는 적 잠수함의 위치와 속도를 포착해 냈다.이 정보는 곧바로 모함인 구축함 전투정보실 (CIC)로 전송됐다.이에 따라 모함을 비롯한 국산 잠수함과 구축함,또다른 대잠헬기인 프랑스제 알루테까지 가세해 적 잠수함을 완전히 에워쌌다.
청군 대잠세력에 포위된 홍군 잠수함의 속도는 시속 5노트(9㎞)여서 도저히 포위망을 벗어날 수 없었다.이윽고 링스와 구축함으로부터 발사된 어뢰와 폭뢰에 홍군인 적 잠수함이 파괴됨으로써 상황은 종료됐다.물론 파괴하는 과정은 직접 발 사하는 것이아니라 발사한 것으로 가상한 모의발사다.
현재 6척의 잠수함을 보유한 한국해군은 그동안 미7함대에 의존해 1년에 2~4차례씩 서해에서 대잠훈련을 실시해 왔다.서해는 간만의 차가 크고 수심이 얕아 잠수함의 기동이 어렵고 백령도와 어청도 사이등 일부해역에서만 잠수함작전이 가 능한 것으로알려졌는데 총 26척의 잠수함을 보유한 북한해군은 이중 22척을 동해에 집중배치하고 기습공격등의 목적을 위해 나머지 4척을서해에 배치하고 있다.인천으로 들어오는 해로가 좁지만 2차대전때 해역폭이 좁은 진주만으로 일본해 군 잠수정이 침투해 미해군함정을 격침시켜 진주만을 봉쇄한 전사(戰史)를 생각하면 북한 잠수정의 인천항 침투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번훈련은 실시됐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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