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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간 1504㎞ 달린 ‘울트라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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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상금도 부상도 없는 대회에 나가 이를 악물고 달려 우승한 건 도전이 주는 만족과 기쁨 때문입니다.”

제2회 대한민국 일주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 1위로 우승한 김윤혁(52·구미 웅진케미칼 직원·사진)씨의 말이다.

14명의 참가 선수는 9월19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광장을 출발해 서울~파주~속초~포항~부산~마산~목포~군산~인천~서울까지1504㎞를 국도를 따라 달렸다. 제한시간인 10월 5일 오후 6시까지 돌아와야 기록이 인정된다. 김씨는 15일 동안 밤낮을 달려 352시간48분 만인 4일 오전 9시48분에 서울 광장에 골인했다. 제한시간보다 32시간 앞섰다.

이 대회를 완주하려면 초인적인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는 더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 오후 3시쯤부터 4시간 정도 여관·찜질방 등에서 잠을 잤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점심·저녁은 주로 육류를 먹고, 아침은 주먹밥으로 해결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내내 달렸다. 일부 선수는 졸면서 달리다 넘어지기도 했다. 올해 출전자 14명 중 8명만 완주했다.

그는 “늘 잠이 부족한데다 선두에서 교통사고의 위험을 안고 혼자 달려야 했기 때문에 정말 고통스러웠다”라고 털어놨다.

이 대회는 전국의 울트라마라톤 동호인 40여 명이 모여 만든 행사다. 1위를 해도 상금이나 부상이 일절 없다. 오히려 참가비 55만원을 내고, 300만원 정도 드는 경비까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래도 대회에 참가한 것은 명예와 행복감 때문이다. 그는 “대회에서 완주하는 것 자체가 명예이며, 달릴 때는 늘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1980년부터 취미로 달리기를 시작, 28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달려왔다. 구미시 비산동의 집에서 5㎞ 떨어진 직장까지 매일 달려서 출·퇴근한다. 지금까지 정규 마라톤(42.195㎞)을 70여 회 완주했다.

국내 3대 울트라마라톤대회인 ▶강화도~강릉 경포대까지 308㎞ ▶부산 태종대~임직각까지 537㎞ ▶해남 땅끝마을~고성 통일전망대까지 622㎞도 14회 완주했다.

김씨는 “감기를 빼곤 한 번도 아파본 적 없다”라며 “무릎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루 1시간 이상 달리면 오히려 무릎이 좋아지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미시민운동장에서 매주 화·목요일 오후 일반 시민을 상대로 마라톤 교실을 열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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