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감동시킨TV프로>85년 방영 MBC '윌마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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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요즈음 TV 보기가 겁이 난다.아이들과 같이 있을 때에는 더욱 조심스럽다.초저녁.심야 프로 가릴 것 없이 폭력.과다 노출과 낯 뜨거운 애정 표현으로 민망스러워 채널을 돌리거나 스위치를 꺼버리는 때가 많다.
그런 중에도 건전하고 유익한 프로가 방영돼 볼 때는 물론 훗날까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경우도 많다.
85년 5월 MBC에서 방영된 『윌마의 꿈』(원제 Wilma)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고 짜릿한 감동을 준다.같은 내용이라도 보는 사람의 관심과 입장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교육에 종사하는 교사면서 또한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이 프로는 큰 교훈과 용기를 줬다.
『윌마의 꿈』은 어머니의 집념과 자녀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위대한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실화다.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딴 윌마 루돌프라는 흑인 소녀의 감동적인 성장스토리다.
1940년 미국 테네시주의 작은 마을에서 11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네살 때 심한 소아마비에 걸렸다.3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물리치료를 받으면 나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어머니의 희생적인 생활이 시작된다.가난한 윌마의 어머니는 새벽에 일어나 이웃마을 농장에 가서 일을 하고 오후에는 윌마를 업고 버스로 80㎞나 떨어진 병원을 찾았다.눈이 오나 비가 오나하루도 쉬지 않았다.
흑인 전용 버스는 언제나 만원이어서 어머니는 왕복 네시간을 꼬박 서있어야 했다.윌마가 다섯 살,여섯 살이 됨에 따라 몸집이 커져 견디기가 힘들어도 참아냈다.
3년이 지나자 제 힘으로 겨우 서게 됐다.어머니는 공원으로 윌마를 데리고 가 땅위에 분필로 금을 긋고 걷는 연습을 시켰다.넘어지면 일으켜 다시 걷게하는등 날마다 거리를 늘려 연습을 거듭했다.여덟살 때는 절뚝거리면서도 혼자 학교에 다니게 된다.
달리기 연습도 시작해 테네시 대학에 진학해서는 미국 여자 대표선수가 된다.
결국 60년 올림픽에서 1백.2백.4백 계주에서 우승한다.시상대에 선 윌마는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제가 금메달을 딴 것은 모두 어머니 덕이에요.』 이프로는 부모와 교사에게 좋은 시사를 줬다.그리고 나약한 청소년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자극제였다.좋지않은 프로가 수많은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현실이지만 건전한 프로는 청소년의 좋은 길잡이가 된다고 생각한다.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장〉 김병렬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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