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미술관 걸작展 紙上감상-막스 에른스트의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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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나는 회화를 작문으로 생각한다.모호했던 이미지를 캔버스 위에 묘사하기 시작하면 캔버스 위의 내 작문은 회화가 되는 것이다.』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구겐하임미술관 걸작전 지상감상 여섯번째 작품은 막스 에른스트의 『풍경』이다.
에른스트 자신의 말처럼 한 수의 시,혹은 한편의 소설을 읽듯이 작품을 하나하나 보는 것도 좋은 감상방법.문학작품과 마찬가지로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캔버스에 등장한 이미지를 통해 살펴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독일출신 작가 막스 에른스트(1891~1976)는 철학.정신병리학.미술사를 전공한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1차대전때는 포병으로 징집돼 부상하고 2차대전 당시에는 스파이로 고발당해 수감생활을 하는 등 다른 예술가들이 그렇듯 순탄치 못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결국 이혼하기는 했지만 구겐하임미술관 설립자인 솔로몬 구겐하임의 조카이자 구겐하임미술관의 대표적인 소장품을 만드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페기 구겐하임과의 결혼으로도 유명하다. 전시된 작품 『풍경』은 피카소와 장 아르프.데 키리코등 동료작가들의 미술화법을 종합해 제시하고 있다.언뜻 보면 피카소의 입체주의를 연상케 하는 구도인 반면 환상적인 분위기는 살바도르 달리.르네 마그리트 같은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 품을 연상케 한다.
또 1차대전으로 조국을 등진 미술가와 작가가 모여 1915년시작된 반부르주아.무정부적 미술운동인 다다와 1920년대 초현실주의운동의 연계를 나타내고 있다.피카소의 영향을 보이는 초기작에서 점차 벗어나 혼란스런 이미지와 형태의 병 렬에 의존하는환상적 분위기의 후기 작품경향의 전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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