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총리, 중의원 해산 ‘작전상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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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일단 미룬 뒤 총리직 수행에 열중하고 있다.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경우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산 없는 총선을 하느니, 일단 총리 기반을 먼저 다지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는 ‘선거내각’이라는 언론의 표현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2일 기자들이 중의원 해산 시기를 물어보자 그는 “윗사람이 그렇게 물어보라고 시켰느냐. 그 사람들의 머릿속 생각이란 게 그런 거지”라면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어느 신문사 기자냐”고 물어 더 이상의 질문을 막는 썰렁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당초 예상됐던 중의원 해산 시기는 이달 3일이나 6일이었다. 그러나 자민당이 최근 아소 총리 취임을 계기로 분석한 중의원 의석 전망에 따르면 지금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경우 자민당 의석은 과반수 이하인 230~160석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자민당 보고서는 특히 자민당 내 8개 파벌의 수장과 현직 각료 등 중진 의원들이 대거 낙선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해 아소 총리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다. 당선이 확실시되는 의원은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전 관방장관,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재무상, 다케베 스토무(武部勤) 전 간사장 등 3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보고를 받은 아소 총리는 달아오르던 조기 선거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시간 벌기에 들어가는 전략으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지금 일본 국민에게 시급한 것은 (의회) 조기 해산보다 경기 대책”이라는 논리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 총선 시기를 내년 1월로 미루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총리직을 최대한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총리관저 입주도 총선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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