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인 신부, 박지원씨 왜 만났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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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적 '대부'로 불리는 송기인 신부가 4일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난달 말에 면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면회는 盧대통령의 최측근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주선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宋신부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朴전장관과는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朴전장관이 법정에서 '남은 눈을 잃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이호철 민정비서관실 직원의 도움으로 한번 찾아가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朴전장관은 면회에서 "녹내장 외에 디스크.협심증으로 18가지 약을 먹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며 "벌받는 것은 받겠지만, 일단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고 宋신부는 전했다.

宋신부는 "상심말고 건강 회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다하겠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朴전장관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에 대한 盧대통령 측의 '배려'의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朴전장관 측이 낸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공교롭게도 宋신부의 면회 사실이 알려진 4일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이용철 법무비서관은 "실명 위험이 사실인 만큼 우리의 권한 내에서라면 도와주고 싶지만 구속집행정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재판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청와대에서 검찰과 법원에 뭐라고 말하기는 곤란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李비서관은 "청와대가 朴전장관에 대한 전문의 검진을 의뢰했다는 설 또한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청와대 측이 구속집행정지 의견을 냈다는 일부 보도와 상관없이 이뤄진 결정이며 '오비이락'격이지만 의심될 수도 있어 한때 결정 유보를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盧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기각될 경우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대북 송금 특검 관련자 6명에 대한 석탄일(26일) 특별 사면도 예정대로 단행할 방침이라고 한 관계자가 밝혔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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