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진 대원·영훈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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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학생들이 빠져나간 뒤 찾은 두 학교 교무실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조용했다. 교사들도 “아직은 기존에 하던 대로 수업 준비에만 충실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국제중으로의 전환을 목전에 둔 학교들 내·외부에선 조용하지만 분주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대원중에서는 전형안 발표에 맞춰 배포할 브로셔 제작과 홈페이지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내년 2·3학년과는 다른 1학년 국제중 신입생의 교과과정을 안내하기 위해서다. 교육위원회가 동의한 전형안이 확정되면 학생 유치를 위해 본격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청과 학교 측의 발표만 기다리기에는 학부모들은 애가 탄다. 대원중에는 하루에도 여러번 학부모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직접 학교를 찾아 둘러보고 가는 이들도 있다는 귀띔이다.

대원중은 최근 교사들에게 생활영단어 100개를 외우게 했다. 화장실을 restroom이라고 하는 등 간단한 정도라도 영어 사용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한 교사는 “영어와 한국어의 이중언어 수업을 대비해 교사들이 알게 모르게 각자 영어 공부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신규 교사 채용을 대폭 늘리기보다는 대원외고 운영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이를 적용하겠다는 방향이다.

대원중 측은 기존 재학생들과 국제중 신입생들 간 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매주 단어 시험을 보는 등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위화감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내화 교감은 “그동안 외고와 건물이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중학교 재학생들이 원어민과의 생활 환경 자체에는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영훈중 역시 이중언어 수업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정경영 교감은 “첫해에는 어렵겠지만 차차 모든 과목에 원어민 보조교사를 두고 이중언어 수업 환경이 갖춰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어민 교사와 국제중 수업을 위한 신규 교사를 대폭 채용하기 위해 물색하고 있다. 정 교감은 “영훈초등학교의 경우도 원어민 교사가 34명으로 내국인 교사보다 많다”며 “이머전 수업을 통한 국제교육을 표방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원중의 외국어 우수인재 양성 목표와는 특성이 다르다는 것. 우수한 원어민 교사 섭외를 위해서는 영훈초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설명이다. 채용된 원어민 교사들을 관리하는 노하우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교사들 중에서도 언어 능력과 본인의 의지가 있는 이들은 영어 수업을 준비하는 등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다. 정 교감은 “교육 과정 개발 및 협의가 막바지 단계인데, 교육 과정의 틀이 폐쇄적이어서 국제중의 특성을 살린 커리큘럼 짜기가 쉽지 않다”며 “국제이해교육은 재량활동 시간에, 제2외국어(일본어·중국어)는 기존 생활외국어 시간을 활용해 지도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영훈중은 최종 전형안이 결정되면 입학설명회를 바로 열 계획이다.

학부모들도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서울시 내 초등학교 재학생만 두 국제중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경기권에서는 전학을 고려하는 학부모가 상당수다. 국제중 대비를 전문으로 하는 일산의 한 학원에서는 “경기권 재원생 중 30% 정도가 전학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심국제중 입시를 준비하는 서울 거주 학생들도 대부분 대원·영훈중 입시를 함께 대비하고 있어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원가 관계자들은 많은 학부모들이 영훈중보다 대원중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외고 입시 등 학습 측면의 성취를 중시하는 이들이 주로 대원중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대원·영훈중의 첫해 입시는 아무래도 학업 실력의 영향이 많이 느슨할 것으로 보인다. 청심중에 탈락하거나 지원이 어려웠던 학생들까지 대원·영훈중에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10월중 구체적인 전형안이 나온 뒤에는 학원가에서 시사·역사 수업을 많이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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