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고등학교 文.理科폐지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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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교육제도의 일관성 부재와 정책 추진시기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가슴앓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현재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고교진학에 있어서 큰 변수로 작용했던 것이 국제고의 설립과 고등학교에서의 문.이과 폐지였다.그중에 서 국제고 설립은 입학시험을 며칠 앞두고 불발임이 밝혀졌고,문.이과 폐지는 1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도 명확하지 않더니 그 실시 시기가 제7차 교육과정이 실시되는 2000년대로 미루어졌다고 한다. 많은 대학이 1997년부터 학부제 실시를 표명하고 있고 98년부터는 거의 모든 학과간에 복수전공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 한다.몇몇 유수한 대학들은 전면 학부제를 실시해 2학년 말에 가서야 전공을 정하도록 함으로써 입학당시의 고등학교 문.이과 구분은 그 의미를 상실할 것이 분명한 것이다.학부제 대학에서 2~3개의 전공을 이수한다는 것은 어학+물리학을 전공한 자,사회학+생물학을 전공한 자,섬유공학+법학 전공한 자,중국어+경영학+기계공학을 전공한 자도 있을 수 있 음을 의미한다.그런데 고등학교 교육에서는 2학년부터 문.이과를 구분해 분리내신을 함으로써 마음대로 계열을 바꾸기 어렵고 수능시험에서 문.이과를 구분하는 것은 대학교육에 부응하지 못하고 지체현상을 드러냄에 다름 아니다.대학이 1998 년부터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도 2003년에 가서야 문.이과 구분없이 다양한 선택과목을 이수하고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줄 아는 입학생을 맞이한다는 것은 고교와 대학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교육부 당국자간에 손발이 맞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 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등학생의 문.이과 선택기준이 성숙돼 있지못하다는 데 있다.이과학생이라도 이과 내신이 불리해 문과를 선택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기본 교과는 어느 고등학교나 다같이배우고 수학능력시험은 문.이과가 폐지된 상태에 서 기본 교과내용으로 치러야 한다고 본다.
고등학교에서 전공계열을 미리 선택하는 것은 21세기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어불성설이고,전공계열을 어디까지나 대학의 교양과정을 이수하면서 탐색을 거쳐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교육부는 애초의 방침대로 고등학생들을 문.이과의 족쇄로부터 좀더 일찍 해방시킬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
홍형옥 경희대교수.아동주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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