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各國 수출부진 경기 찬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아시아 각국의 경기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나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등 외국 언론들은 달러강세(엔화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와 세계적인 하이테크산업의 생산조정으로 인한 수출부진을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브루나이를 제외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5개국과 한국.중국.대만.홍콩 4개국이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17.6%로 미국(13.4%)과 일본(7.7%)을 앞서고 있다.따라서 올해 한국을포함한 이 지역의 수출부진과 이에 따른 성장둔화는 세계경제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중국의 올 상반기 수출은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8.2%나 줄어들었다.수출우대 세제의 재검토 방침과 양안(兩岸 )간의 긴장사태,홍콩과 대만을 경유한 선진국으로의 전자부품 수출부진이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PC 관련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이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특히 고속성장세를 보이던 싱가포르의 수출은 미국에 대한 전자부품 수출이 수그러들며 지난 6월에는 전년 같은기간보다 2.6%나 감소했다.이와 관련,최근 싱가포르상공부는 『전자산업이 고성장을 계속해온 만큼 당분간의 침체는 피할 수 없다』고 조정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했다.
하이테크 수요 침체와 경쟁격화 여파로 말레이시아에서는 외국기업이 철수하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하드디스크 구동장치 생산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휴렛팩커드사에 이어 필립스그룹의 그룬디히사도 피낭소재 공장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이처럼 주력인 전자산업의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마하티르 총리는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5일 수입규제 조치를 발동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수출이 23.6%나 늘어났던 태국도 올해엔 신장률이 10.2%로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따라서 올해 경제성장률전망을 8.3%에서 7.8%로 수정발표한 태국 중앙은행은 최근곤두박질치고 있는 바트화 약세를 막아보려고 1 0억달러를 긴급수혈하는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엔저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에 반도체가격 급락으로 수출에 큰차질을 빚고 있는 한국은 지난 7월,42개월만에 처음으로 수출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는등 올 무역수지 적자폭이 사상 최대인 1백5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유권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