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미술시장 ② 델리·뭄바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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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요즘 뭄바이(구 봄베이)의 별명은 ‘아트바이(artbai)’다. 예전엔 할리우드와 같은 영화 산업의 메카라는 의미로 ‘볼리우드(Bollywood)’라고 불렸다. 최근 4년간 인도 내 금융 중심이 델리에서 뭄바이로 바뀌면서 미술시장의 지형도도 변하고 있다. 금융센터로 변모한 뭄바이에서는 작은 화랑들이 규모를 키우고 작가의 활동 범위를 지역과 국내에서 세계로 확대하는 중이다.

IT 강국으로 부상한 인도는 지난 4년간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미술시장 역시 2003년 이후 성장해 왔다. 세계 경제가 친디아에 투자하면서 세계 미술시장 역시 친디아에 주목했다.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와 소더비만 해도 아시아 국가 중 중국과 인도만 정기적으로 별도의 경매를 실시하고 있다.

두바이에서 페라리를 몰고 다니는 93세 노장 후세인(M. F. Husain)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인도의 파블로 피카소’로, 44세 뉴델리 작가 굽타(S. Gupta)는 ‘인도의 데미언 허스트’로 통한다. 이들 외에 근대 미술에서는 브루타(R. Broota·67), 하쉬미(Z. Hashmi·71), 라자(S.H. Raza·86), 싱(A. Singh·71) 등이, 현대 미술은 라나(R. Rana·40), 케르(B. Kher·39), 도디아(A. Dodiya·49), 레디(G.R. Reddy·52) 그리고 칼랏(J. Kallat·34)이 꼽힌다.

◆아트 펀드와 미술 경매=인도 내 미술시장에서는 아트 펀드의 급성장이 주목된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총 12개의 아트 펀드가 조성됐다. 처음엔 10억원대로 규모가 작았는데 2006년 인도 경매회사인 오시안이 250억원대 펀드를 조성하며 크게 확대됐다.

올 들어 총 4개의 아트 펀드가 출범했는데 그중 3개가 250억원 이상 규모고, 캐피럴 아트 인도 펀드의 경우는 500억원대에 이를 걸로 예상된다. 경매회사의 활동도 이미 2000년부터 활발했다. 토종 온라인 경매회사인 사프론아트는 계절별로 경매를 열고, 오시안은 경매, 아트 펀드 운영, 아카이브 구축 등을 통해 인도 미술시장 발전을 선도한다.

지난해 국민소득은 중국(4위)·브라질(10위)·러시아(11위)·인도(12위)·한국(13위) 순이다. 인도도 중국에 뒤지지 않고 100만 달러대 작품을 계속해서 팔고 있다.

인도 내 부유층은 경제적 성과를 발판삼아 주식·부동산뿐 아니라 미술품을 대체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인도를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어 달구지에 끌고 가는 나라’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서진수(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미술시장연구소장)



◆경제학자인 서진수 교수는 국내외 주요 경매나 아트페어 등에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낸다. 7∼8월엔 모스크바·베이징 등 이머징 아트 마켓을 다녀왔다. 미술시장연구소를 운영하는 그는 미술계의 숫자들을 쉬운 말로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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