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불황보다 강하다] 엘케이푸드피아 이환중 대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삼겹살 하면 솥뚜껑이 바로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어딜 가나 ‘솥뚜껑 삼겹살’ 점포를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공식을 만든 주인공이 엘케이푸드피아의 이환중(50·사진) 대표다.

그는 스스로를 ‘역전의 사나이’라 표현했다. “가마솥과 솥뚜껑 사업으로 월 매출 10억원을 올리다 외환위기를 맞아 쪽박을 차고, 솥뚜껑을 업그레이드한 불판으로 재기했죠.” 이후 10년 만에 퓨전주점 ‘조치조치’, 치킨전문점 ‘치킨조치’ 등 4개의 외식 브랜드를 내고 400여 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회사를 일궈냈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때는 30년 전. 고향인 충남 청양을 등지고 혈혈단신으로 상경해 서울 사당동 남성시장의 한 옷가게에 점원으로 취직했다. 10년간 땀 흘렸지만 당시 대기업 중심으로 브랜드화 바람이 불면서 옷 장사를 접고 새 사업을 구상했다. “경기를 타지 않으면서도 꾸준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주방용품. 옷 장사를 해 모은 3억원을 가지고 1993년 솥뚜껑과 소형 가마솥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게 대박이 났다. 자체 제작한 솥뚜껑 불판은 불티나게 팔렸다. 전국적으로 80만 개 판매를 기록했다. “마침 창업아이템으로 솥뚜껑 삼겹살 전문점이 유행할 때였죠. 전국 삼겹살 집 80% 이상에 제가 솥뚜껑을 공급한 셈이죠. 외식업의 무한한 가능성에 눈뜨게 된 시기입니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승승장구하던 사업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거래처에서 수금이 잘 되지 않기 시작하더니 반품이 밀려들었고, 재고가 쌓였다. 결국 5억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회사는 부도가 났다. 그는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 만나며 ‘그래도 주방용품이다’는 생각을 되씹었다”고 술회했다. 6개월 만에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창고에 남겨진 가마솥을 다시 집어 들었다. 곧 ‘솥단지 로지스터’라는 제2의 솥뚜껑이 탄생했다. 2중 솥뚜껑으로, 위에서는 삼겹살을 아래에서는 흘러내리는 기름으로 김치를 굽는 구조였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수원에 직접 삼겹살 전문점을 열었다. “여기저기서 같은 점포를 내고 싶다는 문의가 오더군요. 그래서 프랜차이즈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그는 2006년 해물퓨전요리 ‘조치조치’를 론칭했다. 한·중·일 3국의 요리 80여 종류를 갖췄다. “웰빙 트렌드에 맞춘 거죠. 또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즐기면서도 깔끔한 걸 좋아하는 여성 취향에도 맞고요.” 2년도 안 돼 130개의 가맹점이 모였다. 자신감이 붙자 6월에 ‘치킨조치’라는 이름으로 넷째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웰빙’에 ‘편안함’을 추가했다. 기름을 쪽 빼는 훈제 방식을 도입하고, 전문가에게 의뢰해 고객이 심리적인 안정과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가게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는 최근 수원에 물류센터를 지었다. 물류 비용을 줄여야만 가맹점주들에게 재료를 싸게 공급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