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스타일 구긴 '유니폼테이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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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대한체육회가 이번 애틀랜타올림픽에 출전한 일부종목 선수들의 유니폼광고를 사전점검하지 못해 등뒤에 테이프를 붙이고 경기에 출전하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
농구와 탁구에 출전한 한국선수들을 자세히 보면 등에 조그만 테이프를 붙이고 경기에 임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한국선수들의 유니폼에 붙어있는 그것은 불법부착물(?)을 가리기 위한 테이프다.
올림픽에서는 심한 광고로 인한 품위손상을 막기 위해 유니폼에부착된 용품협찬사의 광고크기를 규제하고 있다.
그 크기는 일정한 것이 아니고 종목마다 다르다.
그런데 한국선수들중 이 두 종목의 선수들은 유니폼 협찬회사가규정을 어긴채 규격보다 큰 자사상표를 붙였다.
이는 실격패를 낳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잘못.
이때문에 한국선수단은 이곳에서 급히 테이프를 마련해 로고를 가리는 응급처치를 했다.
한국선수단의 한 임원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각 경기단체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이를 무시한채 유니폼을 제작했다』며 『중국탁구선수도 우리와 똑같이 테이프를 붙이고 경기에 출전했다』고 말했다. 결국 유니폼제조사들은 대한체육회의 규정을 무시한 탓에광고도 못하고 선수들의 스타일까지 구겨버린 셈이다.
대한체육회도 실격패의 망신을 당할 우려가 있는 대표선수들의 복장을 사전점검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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