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특수교육 전문가도 참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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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탐사기획-가난에 갇힌 아이들'이 5회에 걸쳐 연재됐을 때 관심있게 기사를 읽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 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8월 여름, 아는 약사 분을 통해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근방에 있는 공부방을 소개받았다. 학교 과제물 지도와 급식을 위주로 한 공부방 역할에서, 아이들의 특기.적성을 살리게끔 해주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악기 지도 봉사자를 찾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해 9월부터 팀을 이뤄 현재까지 매주 토요일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 왔다. 물론 우리는 음악, 특히 악기 연주의 기쁨과 가치는 많이 알지만 연주 능력은 전문가엔 비할 수 없는 특수교사와 약사다.

학교는 가지 않아도 공부방은 찾아오는 아이들, 학교 결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아이들, 집에 화장실이 없어 마을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 아이들, 가정에 수도가 하나뿐이어서 목욕이 어렵고 머리의 이나 냄새 때문에 놀림받아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부모가 알코올 중독이거나 정신지체인 아이, 중국에서 어머니를 따라 들어와 거주하게 된 아이들도 있었다. 햇수로 3년 동안 그곳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이들의 주거지가 철거되고 아이들이 근처 가리봉동과 지방으로 이사 가게 돼 공부방의 존립에 대한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공부방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이 그동안 배운 악기 연주 및 특기를 발표하는 자리에 초대받았다. 학년말 업무를 처리하고 공연 시간이 지나 그곳에 갔더니 초면인 손님 몇 분이 보였다. 그들은 인근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들로 그곳 공부방 아이들의 학교 선생님들이었다.

중앙일보 탐사기획 3월 24일자 기사에는 이들 빈곤아동이 가정에서 방치되고, 이는 지능의 저하와 학습 곤란으로 이어진다는 사례가, 3월 27일자 기사에는 빈곤아동일수록 우울.산만.불안 등의 정서장애가 많다는 내용이 있었다. 빈곤아동 전체가 특수교육 대상자는 절대로 아니다. 그렇지만 빈곤은 결정적 시기에 필요한 자극과 관심의 결여나 문화 결손 및 박탈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학습 부진, 정서 장애, 문화 가족성 정신지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예일대의 에드워드 지글러에 의하면 문화 가족성 정신지체의 경우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집단에 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성공에 대한 낮은 기대감, 반복된 실패 경험, 사회적 강화의 필요, 외부 지향성, 과(過)의존성 등 무력감을 나타낸다고 했다. 아동이 어리고, 빈곤 기간이 길수록 장애발생 위험은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교육 차원과 복지 차원의 조기 중재가 강조된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장애아동의 모집단과 빈곤아동의 모집단이 별개일 수 없다. 빈곤층 아동들에게 교육.복지면에서 공정하고 확실한 출발선(start)을 마련해 줘 성인이 됐을 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자는 게 모든 start(스타트)운동의 기본정신이라면 여기에는 빈곤에 처한 모든 아동이 해당돼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에서 준비해온, 빈곤아동 100만명의 교육.복지를 위한 'We Start(위 스타트)' 운동이 출범해 누구보다 반갑다. 실제 빈곤아동의 일부가 특수교육의 서비스를 받는다면 일반교육 전문가들뿐 아니라 특수교육 전문가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수교육 전문가는 장애아동뿐 아니라 장애가 발생할 위험을 가진 아동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과 복지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으나 전문가들의 영역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We Start' 운동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 집단 및 단체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미영 서울정진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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