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M&A 시작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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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세계 계열 택배회사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세덱스)가 종합물류회사 한진에 팔렸다.

한진과 신세계는 17일 한진이 300억원에 세덱스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경쟁 심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형 택배사들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몇 년 새 택배 업계에 진출한 후발 업체들은 출혈 경쟁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인수합병설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세덱스도 그중 하나다. 신세계는 2006년 그룹 물류를 전담하는 세덱스를 통해 택배 업계에 진출했다. 지난해 96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3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본사와 영업소 간 마찰로 일부 수도권 조직이 무너지는 악재도 겹쳤다. 세덱스가 계속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대한통운·한진·현대택배·CJ GLS, 기존 4강 업체들은 지난해 1조2700억원 매출에 6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택배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이번 한진의 세덱스 인수로 택배 업계는 빅4 체제가 더욱 굳어지게 됐다. 빅4 업체가 후발 업체를 인수합병한 예는 CJ GLS가 2006년 삼성물산으로부터 택배회사 HTH의 지분을 넘겨받은 게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동부·동원 등 대기업들이 자체 물량과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택배 업계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물량 확보에 한계를 보이면서 어려움에 처했다”며 “게다가 조기 안착을 위해 과도하게 단가 낮추기 경쟁을 펼치면서 경영난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추가로 중소 택배 업체들에 대한 인수합병이 이뤄져 대형 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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