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도 앞날 밝지만은 않아-회복기미 일본 경제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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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엔고.거품붕괴.불황의 트리플 펀치를 맞았던 일본경제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반드시 재생하리란 보장은 아직 없다.변한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선 금리인하로 금융비용은 낮아졌지만 땅값과 공공요금.임금은여전히 살인적이다.

<그림 참조> 「고비용-고효율」구조를 「저비용-고효율」쪽으로전환하는데 실패함에 따라 경기가 회복돼도 기업들의 해외탈출과 이로 인한 산업공동화 현상은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큰정부-작은정부」논쟁도 큰정부론이 판정승을 거두었다.불황탈출대책이 규제완화를 통한 땅값.물류비용.임금등 공급부문의 구조개혁 대신 재정투자확대라는 수요부문에 집중함으로써 일본정부의 역할은 오히려 더 커져버렸다.또 90년 이후 게이단 렌(經團連)등 민간단체가 건의한 5백24건의 규제완화안중 ▶90건(17.2%)이 완전수용▶1백37건(26.1%)이 부분수용된 반면 절반이상(56.7%)이 거부됐다.수용된 규제완화도신고절차의 개선이 대부분이다.
경쟁도입과 수입자유화에 따라 편의점.할인전문매장등이 활기를 띠고 국내항공요금(약15%인하)과 가솔린가격(평균13% 인하)등이 크게 내렸으나 규제완화 효과는 수입.유통.항공등 일부 분야에 국한되고 있다.금융부문의 규제완화와 중앙은행 의 독립문제는 「대장성파」와 「일본은행파」의 힘겨루기로 변질돼 제도개선에실패했다.비난의 표적이던 대장성.호송선단방식.담보위주의 대출관행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일본이 제도피로현상을 보이고 있는데도 제도개혁에 실패한 것은 책임의식의 실종과 스스로에 대한 반성에 인색한 것이 원인이다.』(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도쿄대교수) 정치권이 혼란해지면서 일본 관료들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지않는 「성역(聖域)」이 돼버렸다.일본은행총재가 『지나친 금융자유화와 뒤늦은 금리인하로 거품경제가 일어났다.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공식사과한 것은 정책집행후 9년이 지난 올해 1월이었다.당시 경제관료중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도 없다.
기업 최고경영진들도 마찬가지였다.밑에서부터 성장해온 전문경영인들이 대부분인 톱경영진들은 주주의 견제가 약하다는 일본적 특성에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자리를 잃게된다는 점 때문에 자기반성에 그만큼 인색했다.
경영사정이 악화됐던 92~94년사이 일본 상장기업 가운데 톱경영진이 문책당한 비율은 15%로,미국이 불황이었던 90~93년 사이에 상장기업 톱경영진 45%가 물갈이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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