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랑 프랑스 前대통령 중편소설 "첫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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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녀는 탄력있는 육체와 발랄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그리고 과거를 잊기 위한 반발 심리로 사랑에 빠지는 뭇 여성들과 달리 필립을 미친 듯이 사랑했다.』 통속 연애소설류의 이 글은 지난1월 타계한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이 쓴 중편소설 『첫 공감(Premier Accord)』의 일부분이다.
소설은 필립과 엘사라는 두 젊은 남녀의 짧은 만남과 격렬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미테랑은 23세이던 40년 5월 상사 계급으로 당시 한창이던제2차 세계대전 참전중 이 소설을 집필했다.
『그녀를 만나는 순간 나는 「바로 이 여자다」라고 중얼거렸다.…엘사는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그의 얼굴을 삼킬 듯 키스한 뒤 야릇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첫 공감』은 이같은 에로틱한 필체와 다소 엉성한 구성 때문에 문학적 가치는 낮게 평가되고 있지만 한때 작가를 꿈꾸던 미테랑이 자신의 첫 연애 경험을 생생히 묘사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고 있다.
실제로 미테랑은 이 소설을 쓰기 2년전 고등사범학교 재학때 한 무도회에서 만난 마리 루이즈 테라스라는 15세 처녀에게 푹빠졌고,이를 소재로 이 소설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테랑은 참전중 테라스에게 수없이 청혼편지를 보냈고 둘은 결혼을 약속했다.하지만 미테랑이 다쳐 독일군의 포로 신세가 되면서 테라스는 미테랑을 버리고 폴란드 청년과 결혼했다.
테라스는 종전후 한때 TV의 앵커로 활약했으며 미테랑은 꽤 오랫동안 그녀를 잊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년전 고서적 전문가가 발견한 이 친필 유고는 지난 9일 파리의 경매장에서 3만8천프랑(약 6백만원)에 팔렸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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