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인 가을 정국이 시작되는 9월 셋째 주의 메인 이벤트는 18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2차 민관 합동회의’다. 재계 지도급 인사들이 총집결하는 이날 모임은 올 하반기 정·재계 기상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수영 경총 회장 등 경제5단체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투자를 강화해 달라”는 짧고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를 관통했던 촛불 정국의 터널에서 벗어난 이 대통령이 이제는 경제 살리기에 올인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9개월째 줄기차게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쳐왔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에는 불만이 가득 찬 표정이다. 8·15 특별사면 등 여론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와주고 있는데 도통 메아리가 없다는 것이다.
재계도 할 말이 많은 모습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신규 투자와 채용을 꾸준히 늘려 왔는데 뭘 더 하란 말이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조석래 회장도 2일 한나라당과의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투자가 미흡하다고들 하는데 올 상반기 600개 기업의 투자액은 총 45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7%나 늘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일부 기업인은 “지금은 가시적인 규제 개혁이 시급한 때”라며 역공을 펼쳐 한나라당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경제가 어려운데 재계만 요지부동”이라고 비난하고, 재계는 “정부가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해 준 게 뭐가 있느냐”며 맞받는 형국이다. 이날 회동이 10일로 예정됐다가 추석 이후로 미뤄진 것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관심의 초점은 자연스레 이 대통령의 설득 여부에 쏠리고 있다. 청계천 주변 상인들을 설득해 냈듯이 어떻게 하면 재계 총수들로 하여금 닫힌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 것이냐다. ‘경제 대통령’을 내걸고 당선된 이 대통령으로서는 재계의 화답이 절실하지만 인식의 간극은 결코 작지 않다. 이번 회동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연내에 이런 자리가 또 마련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대통령의 구애는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인가.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주
●17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17일 ‘지방행정체제의 대안적 개편 방안’ 국회 토론회 ●18·19일 국회 국방·국토해양·지경위 예결, 기금심사소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