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민·군 복합항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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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주 서귀포시 강정해안에 추진 중인 해군기지가 함정과 초대형 크루즈선이 함께 계류할 수 있는 민·군 복합항으로 조성된다. 정부는 11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민·군 복합항 형태의 해군기지 조성 방안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KDI는 기존에 계획된 방파제 시설 1110m에 초대형 크루즈선 접안에 필요한 계류부두 부대시설을 설치하는 등 관광미항 형태로 기지를 개발할 경우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정항 일대 4만2000㎡ 부지에는 크루즈 터미널과 야외공원이 포함된 ‘함상공원’이 조성되며, 450m 길이의 진입로도 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를 민·군 복합형으로 만드는 데 534억원(계류시설 32억원, 터미널 149억원, 함상공원 154억원 등)의 예산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해군도 2014년까지 9788억원을 투입해 서귀포시 강정마을 일대 48만㎡(매립 20만㎡)에 함정 20여 척과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계류할 수 있는 1950m의 부두를 만들고, 군과 가족 7050여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부대시설도 갖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되면 강정해안 일대에는 기지 건설과 관련해 1조원 넘는 돈이 투입되는 셈이다.

해군 측은 “사업이 시행되면 1조원가량의 건설사업비 투자에다 소속 장병의 소비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군장병 면회를 위한 가족 방문 등 막대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이라는 사업 방향이 명확해진 만큼 이제 갈등과 반목을 접고 화해와 통합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결집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군사기지범대위와 천주교평화특위 등 일부 시민단체는 “3년여 전 ‘세계 평화의 섬’을 선언한 정부가 주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약간의 예산을 얹어 ‘민·군 관광미항’으로 포장했다”며 반발했다. 강정마을 주민 100여 명도 “기존 해군기지 건설안에 500억원만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며 이날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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