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市,도덕성보다 능력 중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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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인들은 흔히 수도 워싱턴을 「잔인한 도시」「두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도시」로 부른다.하지만 섹스 스캔들.위증(僞證).선거자금법 위반등으로 해임되거나 사임한 「고관대작」들에게워싱턴은 「너그러운 도시」다.이곳에서는 전문성과 경험만 있으면금세 출세할 수 있고 부도덕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때문에한때 망신당했다가도 금방 재기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대표적 인물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때 백악관비서실차장으로 있다 85년 위증죄로 사직한 마이클 디버.그는 현재 대니얼 에델먼 로비회사의 수석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봅 도울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상원 원내총무직 사퇴를 발표했을때 CBS등 미국의 주요 방송들은 디버에게 해설을 요청했다.방송사들은 그가 정치판의 생리와 대통령후보들의 속마음을 누구보다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디버는 또 오는 8월 샌디에이고에서 열릴 공화당 전당대회의 홍보책임을 맡았다.
그가 물러날 때 주위에서는 고향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라고 권고했다.
이란 콘트라사건과 관련,기소됐다 풀려난 올리버 노스 전중령도재기에 성공해 라디오 대담프로의 사회자로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방탄복 생산공장도 소유하고 있다.
노스는 『워싱턴은 잔인한 도시지만 생존논리를 터득하면 얼마든지 재기가 가능하다』며 『빌 클린턴 대통령의 법률자문으로 화이트워터사건 때문에 자살한 빈센트 포스터나 훈장 패용문제로 고민하다 자살한 제러미 부다 해군참모총장은 워싱턴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같다』고 말한다.
개인비리로 물러난 전검찰총장 에드윈 미즈,섹스 스캔들로 사임한 보브 팩우드 전상원 재무위원장등도 워싱턴을 활보하고 있다.
이들은 로비회사.정책연구기관에서 공화.민주 양당의 정책수립에 관여하고 있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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