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칼럼>우리가 누렸던 사랑의 손길 어린이들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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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몇 주전 일요일 나는 친구와 함께 워싱턴의 한 주택가를 걷다집앞에서 레모네이드를 파는 소녀와 마주쳤다.
우리는 한 잔에 5센트씩을 주고 사서 마셨다.『장사는 잘되니』라는 내 질문에 소녀는 『아줌마들이 제 첫번째 손님이에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5~6세 남짓 돼 보이는 그 소녀는 지금은 자취를 감춰가는 미국 어린이들의 전통적 생활방식을 실천하는 중이었다.
자기 힘으로 작은 일이나마 해내며 자립심을 키우는 일 말이다.나는 그 소녀를 보며 내가 유년시절 형제들과 함께 지냈던 여름날들을 떠올렸다.
내가 자란 동네에서는 여름철이면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지역공동체 활동의 하나로 펼쳐지곤 했다.
학교 식당과 운동장은 각종 운동및 학예 프로그램을 위해 매일오전 어린이들에게 개방됐다.10대 청소년들은 이들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요원으로 활약했는데 초등학교 시절 내내 나는 어서 자라 감독원이 되기를 꿈꿨다.
드디어 13세때 감독원 자리를 얻은 나는 매일 집에서 2마일떨어져 있는 학교까지 공이며 야구방망이등을 자전거로 실어 나르고 오전 내내 나보다 어린 아이들의 놀이상대로 「봉사」하곤 했다. 오늘날 수많은 어린이들은 예전의 어린이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보살핌 속에 너무 많은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 때때로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 몇몇 지역공동체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한다는 소식에 내가 깊은 감명을 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휴스턴시는 시장 보브 레이니어의 지휘아래 어린이들을 위한 축구경기와 골프 레슨을 시작했다.
또 공원및 운동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도 하다.
2년전 17세 이하 청소년에 대해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한 뉴올리언스시에서는 통금을 어긴 청소년들을 카운슬러가 상근하는 특수센터로 보내 이곳에서 부모와 함께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도와 줬다.청소년들이 자신과 남들 에게 해가 되는 일을 저지르지 않게 막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다.
나와 내 형제들이 누렸던 즐겁고도 안온한 환경을 우리 아이들도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기울일 때다.
[정리=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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