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1국' 김강근, 돌을 던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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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1국
[제8보 (143~175)]
白.金江根 4단 黑.曺薰鉉 9단

흑집은 100집을 넘어섰다. 백집은 80여집. 175를 보고 김강근4단은 돌을 던졌다. 나중이라면 '참고도' 흑1엔 백2로 받는다. 지금은 A로 받지 않을 수 없다. 20집도 더 이긴 바둑이지만 승부사 조훈현9단은 '한집'을 날카롭게 추궁했고 金4단은 얼굴을 물들이며 돌을 거뒀다.

이 대국이 벌어지던 날, 이창호9단과 최철한8단의 기성전 도전기도 열리고 있었다. 기사실에 사이버오로의 단골 진행자인 박해진씨와 해설자 송태곤6단, 최명훈9단의 모습이 보인다. 처절하게 정상을 다투는 李-崔의 뒤를 바짝 쫓는 또 한명의 젊은 강자 송태곤이 열심히 해설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엊그제 최철한.송태곤 두 사람이 應씨배 4강에 오르며 선전한 것을 보며 그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점심시간은 오후 1시. 낮 12시40분쯤 수줍음이 많은 金4단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죄인처럼 기사실에 들어선다. 잠시 후 기성전 팀은 모두 식사하러 떠났고 曺9단도 언제나처럼 쏜살같이 사라졌다. 金4단은 패장이었지만 복기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패인을 초반의 실수에서 찾았다. 그 허망한 실수 이후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그의 분석은 기술적으로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승부 세계를 오래 지켜봐온 내 느낌은 좀 다르다. 형세의 흐름과 그때마다 작용한 金4단의 느낌 등을 종합할 때 진정한 패인은 '자신감 부족'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승부 세계에서 자신감은 운명을 좌우하는 키와도 같다. 金4단이 그 키를 잘 간수하기를 기대해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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