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검찰 '때리기' 나서-검찰중립 쟁점화 노린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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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회의가 검찰 「집중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검찰.경찰의 정치적 중립화를 개원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킨 연장선상이다. 국민회의는 최근 검찰이 피의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가 있는 사건들에 이례적으로 당조사단까지 파견,검찰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검찰과의 전면전에 돌입한 셈이다.
검찰이 발끈한 채영석(蔡映錫)의원발언 파문도 이런 「검찰문제강조주간」에 나온 것이다.검찰이 그리 크게 보도되지도 않은 蔡의원 발언을 문제삼아 총수에게 보고하고,蔡의원에게 항의전화까지한 것도 단순히 일회성 실언(失言)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검찰은 왜 동네북이 됐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공세를 계속했다.鄭대변인은 『일부 권력지향적 검찰간부들에 의해 검찰이 도매금으로 매도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자신의 행태와 관련해 중립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회의가 26일 발표한 것은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63세의농부 조용환씨가 살인미수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뒤 농약을 먹고자살한 사건.
밤에 술취해 쓰러져 있는 동네 유모씨를 집에 재웠다 폭행혐의를 받은 조씨는 검찰조사과정에서 비인격적 모욕을 받은 뒤 농약을 먹고 자살했다는 것이다.
조씨 가족들은 지난해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30대 초반 검사가조씨에게 ▶무례하고 고압적으로 출두를 요구했으며▶손으로 어깨를치고▶주먹으로 뺨을 때리며▶손들고 무릎꿇는 벌을 세우고▶욕설과함께 손을 펴 가슴을 찌르는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씨는 『좋은 일 해주고 아들뻘되는 검사에게 욕설을 듣고 매까지 얻어맞았다』며 밥도 거의 못먹고 시름시름 앓다 지난5월말 자살했다는 것이 국민회의측 발표다.
검찰은 『내부 감찰중』이라고만 말하고 있다.담당검사는 『무릎을 꿇린 것만 사실』이라며 『자살한 것은 유씨 부인의 행패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검찰측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폭압과 강요에 의한 자백에 의존하는 전근대적 수사 뿐 아니라 아버지뻘인 60대 농부에게 비도덕적 행위를 한 것은 사회윤리상으로도 도저히 용납할수 없다』며 담당검사 문책과 인권을 최우선시하는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회의는 또 광주지검이 담양-장성지역 공천관련 수사를 하면서 당원들에게 잠 안재우기.무릎꿇리기.멱살잡고 흔들기.뺨 때리기.욕설등의 가혹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26일 조사단을 파견했다. 국민회의가 검찰죽이기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내년 대통령선거다.김대중(金大中)총재는 선거 직후부터 『검찰.경찰의 편파성을 바로잡지 않는한 선거는 하나마나』라고 비난해왔다.
또 당장 선거법위반 수사와 관련이 있다.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은 합동의총에서 검찰의 편파성을 입모아 성토했다.
물론 검찰의 중립성.공정성문제는 정치적 이해와 관계없이 여론의 지지를 받고있다고 국민회의는 보고있다.
국민회의는 바로 이런 분위기를 확산시키면서 내년 대선의 걸림돌을 길들이기 위해 검찰의 도덕성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때문에 국민회의의 검찰 때리기가 쉽게 끝날 것같지 않다는 전망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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