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경기장 싸늘 위기의식·사명감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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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무거운 사명감을 안고 7일 오후 결전의 장소인 중국 상하이에 도착했다. 10일 오후 9시 북한과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에 임하는 허정무팀은 실추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살리겠다는 각오로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선수들은 5일 요르단과의 평가전과 이날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축구 대표팀에 대한 냉담한 반응을 피부로 느꼈다. 요르단전 관중은 1만6537명으로 역대 A매치 최소관중 3위였고, 이날 출국장에도 10여 명의 팬만이 조용히 대표팀의 출국을 배웅했다. 주장 김남일(빗셀 고베)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경기장도 싸늘했지만 인천공항도 무척 한산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위기의식과 함께 사명감을 느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새로 들어온 어린 선수부터 고참 선수들도 마찬가지 마음”이라고 말했다.

코칭스태프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더하다. 허정무 감독은 “나는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다. 올림픽 예선 탈락 이후 시기적으로 부담이 큰 경기이지만 대표팀이 다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현실을 인정했다.

대표팀은 이날 오후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북한의 ‘몽니’에 부닥쳤다. 당초 평양에서 열기로 한 경기를 상하이로 옮겨 치르는 북한은 홈팀 권리를 갖고 있다. 북한은 10일 경기 입장권 가격을 최고 1400위안(약 23만원), 최하 200위안(3만2000원)으로 정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입장권 값에 대해 조중연 단장(축구협회 부회장)은 “한국 응원단이 많이 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은 한국이 잡아놓은 연습구장을 뒤늦게 함께 쓰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등 갖가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이기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첫 적응훈련을 실시한 대표팀은 수비에 치중하는 북한을 공략하기 위해 공격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세트피스의 세밀함을 보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상하이=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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