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불교계와 오해 풀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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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명박 대통령(右)이 5일 저녁 김형오 국회의장左과 2명의 부의장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이 의장단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종교 편향 문제를 둘러싼 불교계의 반발과 관련, “오해가 풀리고 진정성이 전달되면 서로 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 이윤성(한나라당)·문희상(민주당) 국회부의장과 취임 후 첫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다.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나는 원래 불교와 매우 가까운 사람으로, 불교계에 친구도 많다”며 불교계와의 친분과 소통을 강조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불교계 문제를 포함한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국회 차원의 대승적 협력도 약속했다.

김형오 의장은 “국회가 마침 오늘 정기국회 일정을 확정했는데 이런 날 이렇게 저녁 식사에 오게 돼 감회가 깊다”며 “봄에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가을이 돼서야 학사 일정을 짠 기분”이라고 말했다. 국회 파행에 대한 소회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분기에 한 번 정도라도 불러 주면 좋겠다”며 “역대로 대통령이 국회에 자주 오지 않았는데 가급적이면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 때 직접 국회에 오는 것을 검토해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부의장도 “국회와 소통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예산안 시정연설 참석 여부에 대한 즉답은 피한 채 “가능하면 국회에 자주 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국회가 어렵게 정상화됐는데) 오랜 산고 끝에 옥동자를 낳겠죠”라며 국회 역할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문 부의장은 국민의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때 정무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입장에서 한 말씀 하면 그때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을 절감했다”며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백약이 무효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8대 들어 여야가 같이 보는 건 이번이 처음 아니냐. 여야를 가리지 말고 두루 불러 자주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 부의장은 또 “대통령에게 '적’(소속)이 있을 수 없다”면서 “불교계 문제는 골이 깊어지기 전에 가능하면 하루빨리 해결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날 만찬에선 특히 이 대통령과 문 부의장의 인연이 눈길을 끌었다. 문 부의장은 “14대 국회 때 (이 대통령과) 경제과학위원회를 같이하면서 여야를 떠나 잘 지냈다”며 “그때 이 대통령이 입만 열면 시베리아나 연해주 얘기를 해 감탄했었다”고 기억했다.

서승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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