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젊은층, 강북-노인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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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중구는 지난해 말 한국효도회(이사장 배갑제)의 인증을 받아 구 전체를 효도특구로 선포했다. 중구는 인구 100명 중 65세 이상이 10.8명(지난해 말)이다. 서울 25개 구 중 종로구(11명)에 이어 둘째로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 노인이 많은 만큼 노인 복지에 정성을 쏟겠다는 게 효도특구의 취지다. 이를 위해 중구는 노인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경로당에 식비와 운동기구·모기퇴치기 등을 지원하고, 노인 일자리를 적극 알선하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발간한 ‘2008 서울 통계연보’에 따르면 종로·중구에 이어 용산·서대문구 등 사대문 주변 구도심의 노인(65세 이상) 비율이 높았다. 반면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구는 인구 100명에 노인이 6.5명에 그쳤고, 송파·강동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 전체적으로는 남쪽엔 젊은 사람이 몰리고 북쪽에는 상대적으로 노인이 많은 ‘남소북로(南少北老)’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말 서울시의 65세 이상 인구는 100명당 8.2명이었다.

◆젊은 인구, 강북→강남으로 이동=과거 농촌에 집중됐던 젊은 인구의 유출 현상이 이제 도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더 나은 교육과 경제적 기회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 노인들이 남아 농촌의 빈자리를 지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서울도 강북 구도심에서 강남 신도심으로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출산율이 낮아져 인구 구성이 노령화되는 가운데 아파트 지역으로 젊은 세대가 몰리는 것도 강북 구도심에서 노인 집중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종로구 삼청동은 인구 100명에 노인이 15.1명이나 됐다. 중구 을지로동(16.3명)에 이어 노인 인구가 둘째로 많은 동네다. 정성수 삼청동장은 “인구 유출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들이 많이 옮겨 온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 삼청동 인구는 모두 합쳐 4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을지로동에서 20년 동안 살고 있는 고종수(85)씨도 “상가가 밀집해 있어 낮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만 실제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사람은 적다”며 “젊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노인들만 남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서울에서 가장 인구 구성이 젊은 동네는 강동구 둔촌1동이었다. 임동호 둔촌1동장은 “모든 세대가 아파트로 이뤄져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아파트 단지가 오래되긴 했지만 작은 평형 위주여서 젊은 부부들이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30년 전과 비교해 보니=1967년 종로구에는 젊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살았다. 당시 서울시는 60세 이상을 기준으로 노인 통계를 냈다. 종로구는 노인 비율이 인구 100명에 4.4명에 그쳤다. 서울시 전체로는 인구 100명에 3.7명에 불과했다. 종로의 노인 비율이 서울 평균보다 높긴 했어도 지금처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67년은 강남이 개발되지 않았던 때로 강남구는 75년 성동구에서 갈라져 나왔다.

주정완·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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