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위기설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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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사장단이 3일 “9월 위기설은 과장됐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사장단협의회는 이날 열린 정기 수요회의에서 최근 불안 양상을 보이는 금융시장을 점검하고 이같이 진단했다. 삼성 사장단은 하지만 상황이 가변적인 만큼 계열사 현금 흐름 점검에 나서는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기로 했다.

삼성 사장단이 경제 위기 상황을 점검하는 건 흔치 않은 것으로, 9월 위기설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환율 급등과 증시 폭락 등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의 당면 현안으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주재한 가운데 30여 명의 사장이 참석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으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결론이었다”고 전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주가는 속성상 천천히 올라갔다가 떨어질 때 급하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정상 수준보다 과도하게 하락한 것 같다”며 “조만간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 사장단은 현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와 비교되고 있으나 당시와는 경제 기반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자금·협력업체 관계 등에서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단기자금 흐름 ▶부품·협력업체 관계 ▶고용·투자 상황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원화 환율이 다시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5원 오른 1148.5원에 마감했다. 3년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로써 환율은 4일간 66.7원이나 올랐다. 7월 이후 하루 환율 변동 폭도 평균 0.54%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159원까지 치솟았으나 정부가 20억 달러가량의 달러를 시장에 풀면서 상승 폭이 줄었다.

기획재정부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은 “외환 수급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며 “이달 국고채 만기가 집중된 데서 비롯된 ‘9월 위기설’은 허구”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메랄 카라술루 주한 대표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432억 달러에 달해 외부 충격에 대처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시장에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어 일제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9.75포인트(1.40%) 반등하며 1426.89를 기록했다. 정부는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30억 달러 가운데 10억 달러 상당을 10~11일 차환 발행할 예정이어서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이희성·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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