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다 총리, 전격 사임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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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전격적으로 사임하면서 일본 정국은 본격적으로 중의원 선거 체제로 들어갔다.

국내 정치는 물론 외교·경제 등 모든 면에서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총리직을 순조롭게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후쿠다 총리는 "정치 정세가 좋지 않은 가운데 경제 상황까지 어려워지면서 후쿠다 체제로는 정치를 제대로 이끌고 가는 것이 불가능했다"면서 사임 이유를 밝혔다.

아베 전 총리에 이어 갑자기 총리를 끝낼 수 밖에 없었던 만큼 총리직 수행이 어려웠다는 점을 인정했다. 후쿠다 총리는 "현 체제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체제로 자민당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지도부 체제에서 자민당을 이끌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후쿠다 총리가 이례적으로 한밤중에 전격 사임을 발표한 것은 연금 문제와 각료들의 정치자금 문제가 잇따르면서 자민당의 현재 체재로는 선거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분석된다.

후쿠다 총리의 지지율은 최근 20%대로 하락한 가운데 지지율 상승을 위해 지난달 개각을 단행했지만 국민 반응은 냉담했다.개갹 직후 오타 신이치 농림수산성은 2000억 엔이 넘는 정치자금을 자신의 비서관 집에서 보관하는 등 정치자금 문제가 다시 재발했다. 아베 총리의 내각을 그대로 이어받아 거의 1년만에 후쿠다 총리 체제를 구축했지만 자민당은 역시 부패한 정권이라는 인식만 새로 확인했을 뿐이다.

일본의 정치 전문가들은 "결국 후쿠다 총리는 이대로는 자민당이 침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후쿠다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의욕적으로 외교활동을 펴고 환경을 테마로 자민당의 변화상을 국민에게 제시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후쿠다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경기 침체였다. 2002년 이후 6년간 지속된 경기회복 기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화되면서 자민당이 국민의 마음을 되돌릴 수단이 없어졌다. 자민당은 어쩔 수 없이 지난달 29일 11조7000억 엔(약 12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의문시되는 등 자민당 인기 회복으로는 연결이 되지 못했다.

후쿠다 총리는 앞서 국민연금 기록 분실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도 국민의 지지를 결국 회복하지 못한 배경이 됐다.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5000만건의 자료를 분실했고 이는 아베 정권의 기반을 흔드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후쿠다 정권이 들어선뒤에서도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민심 이반은 더욱 확실해졌다.

이미 후쿠다 총리에 대한 교체설은 올해 7월부터 일본 정가 1번지인 나가쵸에서는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반듯한 신사 스타일인 후쿠다 총리의 체제로는 기울어가는 자민당을 구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민당 내에서는 용퇴압력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후쿠다 총리는 어떻게든 자신의 정치 이상을 펼치기 위해 자민당 내 8개 파벌 수장을 대거 기용하면서 개각을 단행했다. 그러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후쿠다 총리는 더이상 자민당에게 정치 공백을 만들지 않고 후진들에게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주기로 했다며 사임 결의를 했다.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한 날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당장 선거를 치르면 자민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자민당은 위기에 몰리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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