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이상 지나야 정상 수준 찾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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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 28면

정부의 6·11 대책과 8·21 대책으로 미분양이 줄겠지만 통계상으로는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분양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며 미분양 규모를 숨겨온 건설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누락분을 자진 신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대장을 아직 정비하지 않은 부산과 충남 지역에서 앞으로 미분양 수치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6월 말 현재 미분양 14만여 가구

6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은 14만여 가구다. 하지만 시장에선 미분양 규모를 발표 수치의 2~3배에 달하는 30만~45만 가구로 추정하기도 한다. 하청업체에 떠넘기거나 아직도 숨기고 있는 누락분이 많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미분양이 앞으로 수만 가구 더 늘 수는 있으나 이 같은 추정은 지나친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분양 통계는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다. 분양시장은 기존 주택 매매 시장과는 달리 주택건설산업의 범주에 들어간다. 미분양이 늘수록 주택건설산업은 위축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 또 미분양은 내수 경기의 침체로 이어진다. 정책 입안자들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건설 부양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건설업의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와 고용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1조원의 건설투자가 이뤄지면 2만800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1조9900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돼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분양 적체는 부동산 시장의 위축을 보여주는 현상임과 동시에 규제 완화의 서막인 셈이다.

미분양 해소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는 것을 뜻한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 하락세가 내년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가격 조정 폭은 미분양 사태가 해결되면 15% 안팎에 그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25%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수준의 미분양을 해소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정부가 지난 6월과 8월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분양이 5만 가구 이하로 떨어지는 데 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95년 10월 15만9000여 가구에 달했던 미분양이 10만 가구, 5만 가구 밑으로 떨어지는 데 각각 1년3개월, 3년6개월이 걸렸다는 경험에서다. 5만 가구를 미분양 해소 기준으로 보는 것은 부동산 경기가 그리 나쁘지 않은 시기에도 미분양이 2만~5만 가구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은 90년대 후반보다 여건이 좋지 않아 획기적 대책이 없는 한 미분양 해소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매 시장 역시 전반적으로 얼어붙었다. 매도 희망자는 반등을, 매수 희망자는 추가 하락을 기대하고 있어서다. 팔자니 오를지 모른다는 걱정이, 사자니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매수 희망자는 집값이 지금보다 30~50% 떨어져야 사겠다고 하고 매도 희망자는 기다리면 종전 최고가보다 더 높게 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거래가 더 부진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료가 있는 곳은 아직 열기가 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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