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韓.日 10년간 월드컵특수 누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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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는 경기 연착륙을 꾀해야 하는 우리 경제나 긴 불황에서 벗어나려는 일본 경제에는 호재(好材)가 아닐 수 없다.
양국은 적어도 2002년을 전후로 약 10여년간에 걸쳐 이른바 「월드컵 특수(特需)」를 향유할 수 있게 됐다.
21세기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고도화를 이뤄야하는 우리 경제로서는 이번 결정이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 첫째,서비스산업 경쟁력이 제고됨으로써 산업구조 고도화의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분산 개최로 인해 지방경제의 활성화와 국토의 균형발전도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음식료품.섬유.신발 등 경공업 분야에도 투자와 소비가 활발해짐으로써 현재의 경기 양극화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아울러 한국이란 브랜드를 세계 전역에 홍보함으로써 수출 촉진효과도 매우 클 것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순조롭게 나타나려면 몇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없지 않다.특히 단독개최가 아니라 공동개최라는 점이 충분히 감안돼야 할 것이다.먼저 공동개최로 인해 한.일 양국은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협력이란 점에서 한.일 양국은 전례없이 인적.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다소 소홀해왔던 일본시장 개척에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경쟁이란 점에서 월드컵 진행과 관련된핵심 기술,특히 전자.정보.통신기술 등에 대한 일본의 견제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따라서 국내 업계간 공 동협력과 해외기술 제휴선의 다각화가 요구된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양국간 경기 운영과 관련된 경쟁보다는세계를 대상으로 「자국을 대표할 문화상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우리의 다양한 문화상품 개발에 대한 준비가절실하다.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소비 확대 보다는 투자 효율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단독개최를 전제로 우리나라 조직위가 예상한 투자 및 소비 규모를 기초로 1996~2002년까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면 물가불안보다 성장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단독개최가 아닌 공동개최에 따라 투자 규모는 거의 절반으로 줄지만 소비 규모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따라서 장기적으로 경기안정화는 물론 투자의 효율화를 높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장.숙박.통신시설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건설에 활발한 민간자본 유치가 요구된다.특히 이런 시설의 사후 활용면에서도 민간 기업이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유재헌 현대경제사회硏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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