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擧足輕重-한 사람의 결정으로 대세가 기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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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한신(韓信)이 유방(劉邦)을 도와 항우(項羽)와 싸울 때 제(齊)의 변사(辯士) 괴통(괴通)은 한신이 독립하기를 원했지만듣지 않다가 끝내 유방에게 처형되고 만다(95년1월26일자 「토死狗烹」참고).
당시 그의 거취(去就)는 두 사람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되어 있었다.그래서 괴통은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의 목숨은 장군에게 달려 있습니다.장군께서 한(漢)을 위하면 한이,초(楚)에 가담하면 초가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또 동한(東漢)초 광무제(光武帝)유수(劉秀)가 국내를 평정할 때 최후까지 남은 적(賊)은 하서(河西)의 두융(竇融)과농서(롱西)의 외효(외효),그리고 촉(蜀)의 공손술(公孫述)이었다(96년2월13일자 「得롱望蜀」참고).
유수는 먼저 두융을 회유(懷柔)해 두 사람을 치고자 밀서(密書)를 보내 말했다.
『지금 공손술과 외효가 다투고 있는 바 저울대는 바로 당신이쥐고 있소.당신이 다리를 좌우 어느 쪽에 두는가에 따라(擧足左右) 저울의 무게는 달라질 것이오(便有輕重).』 결국 두융을 끌어들인 유수는 두 잔적(殘賊)을 멸하고 마침내 천하를 평정하게 된다.
한신이나 두융의 경우처럼 한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이 어떤 사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이를 두고 擧足輕重이라 한다.
2002년 월드컵 유치를 두고 한.일 양국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며칠전의 상황은 그야말로 擧足輕重의 형세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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