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 공연 즐긴뒤 15분 예식-'문화결혼식'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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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0분간의 실내악 공연,그후 15분간의 예식.
서울 덕수궁 뒤편에 자리잡은 정동극장에선 28일 낮12시부터음악회와 결혼식이 어우러지는 이색 「문화결혼식」이 열려 눈길을모았다. 결혼식 중간에 끼이는 축하연주와는 반대로 연주회 중심의 결혼식으로 새로운 인생의 첫발을 내디딘 부부는 이한보(李漢甫.40.부동산컨설팅회사 상무).임지희(林知姬.32.의상디자이너)씨.신랑 李씨는 『시간에 쫓기며 마치 공장에서 신혼부 부를찍어내는 듯한 예식장 결혼은 하기 싫었다』면서 남들보다 늦은 결혼인 만큼 신부와 하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려는 뜻에서 시도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혼식전 공연에서 관악5중주단인 그린브라스 앙상블이 연주한 음악은 신부가 좋아하는 곡들.꽃으로 화사하게 장식한 무대에서 실내악단이 비발디의 『사계』,바그너의 『혼례의 음악』등을연주하는 동안 2백여 하객들은 잠시 「청중」으로 자리바꿈,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공연이 끝난후 양가 어머니들의 촛불 점화,신랑.신부 동시입장,성혼선언문 낭독과 주례사로 「정상적」인 결혼식이 진행됐고 정동극장내 야외 마당에서 뷔페 식사가 뒤따랐다.
이번 결혼식은 직장인을 위한 「문화점심」등 일련의 이벤트를 기획,화제를 모은 정동극장측이 새로 내놓은 주문식 문화상품의 일환.홍사종(洪思琮)극장장은 『앞으로 결혼식 외에도 동창회.향우회등 각종 모임에 성악.관현악.사물놀이등 공연과 뷔페식사를 곁들여 제공하는 상품을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가격은 공연 성격에 따라 1인당 2만~15만원까지 천차만별.
이날 결혼식을 치르는데는 8백만원 가량 들었다고 신랑측은 밝혔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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