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중국, 존경 얻게 된 만큼 책임도 커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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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국제정치학·사진)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국제사회의 존경을 얻게 됐다”며 “중국은 더 많은 책임이 수반된 가운데 대외정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3년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 및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를 역임한 그는 올림픽과 아시아 지역 정치의 상관관계를 깊숙이 연구해 왔다. 그는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에서 드러난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21세기 국제사회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아직 리더십이 부족해 미국 같은 초강대국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미국인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나.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크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개막식에 90여 개국 정상이 모인 건 전례 없는 일이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것도 처음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 국력을 과시한 데 흡족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지위를 유지하고 존경을 받으려면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올림픽 이후 중국은 어떤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는가.

“가장 큰 변화는 외교정책에서 나타날 것이다. 올림픽 이후 국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중국은 이에 부응해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를 고집하는 중국이 올림픽 개최로 얼마나 변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그렇지 않다는 예를 들겠다. 이미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아프리카와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정책이 변했다. 과거 중국은 인종 학살을 자행한 수단 정부에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수단을 편들면 올림픽을 보이콧하겠다”는 국제적 압력이 높아지자 중국은 유엔의 수단 제재 결의안을 지지했고 평화유지군까지 파병했다. 아주 큰 변화다. 이렇게 정책이 변하면 과거로 되돌아가기 어렵다.”

-그 밖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

“중국의 올림픽 개최 목적은 ‘중국을 글로벌 파워 국가로 대우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에는 반드시 국제적 책임이 따른다. 책임감 있는 국제 리더가 돼 달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 에너지 현안과 북한·이란 핵 등에서 중국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핵 해결에 중국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겠나.

“중국은 이미 북한의 핵 검증을 수용하도록 압박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올림픽 이후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유지하려면 더욱 북한을 압박해야 할 것이다.”

-인권 문제나 티베트 사태에 대한 중국의 입장도 달라지겠는가.

“올림픽이 국제적 측면에선 중국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중국 내부 문제에선 중국 정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티베트 문제에서도 약간의 변화는 감지된다. 중국은 올림픽 직전 티베트 지도부와 공개 대화를 했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올림픽이 끝났다고 ‘이젠 티베트와 대화 안 한다’고 나오긴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겠는가.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 등은 “중국은 관용정신이 부족해 미국 같은 초강대국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는데.

“동의한다. 군사·경제력 등 하드파워 측면에선 중국의 힘이 크지만 인류 공통의 가치와 리더십 등 소프트파워에선 미국보다 많이 부족하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2004년 백악관 근무 시절 인도네시아·인도·스리랑카 등지에 대형 쓰나미가 덮쳤을 때 이들 나라는 중국이나 유엔이 아니라 미국만 쳐다봤다. 이런 국제적 리더십이 아직 중국에는 없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중국의 부상은 북핵·기후변화 등 국제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군사 분야에선 미국과 제로섬 게임을 할 수 있다.”

-중국 특유의 민족주의가 올림픽 이후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특히 공산주의 국가에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로 경도되는 것은 위험하다. 민주주의 국가에 비해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도 지나친 민족주의에 대해선 경계할 것이다. 민족주의 흐름이 반정부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림픽 이후 커질 중국인들의 자부심이 극단적인 반미·반서방 정서로 확산될 것 같지는 않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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