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T, 학원 다닌다고 유리하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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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국의 인문사회·자연과학·공학 전공 교수 70명은 이달 5일부터 합숙에 들어갔다. 24일 올해 처음 실시된 법학적성시험(LEET) 문제 출제를 위해서였다. 이들은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상태에서 언어이해 40문항, 추리논증 40문항, 논술문제 3문항을 냈다. 모든 문항은 12일부터 합숙에 들어간 검토위원 교수 30명의 꼼꼼한 분석을 거쳤다. 그리고 전국 13개 학교에서 LEET시험이 시행됐다. 시험에는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 등 특별관리대상자 24명을 포함한 9690명이 응시했다. 이날 오후 교수 100명은 합숙에서 풀려났다.

LEET를 출제하고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25일 출제 과정과 방향을 공개했다.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김재원 성균관대 교수는 “법학 전문 지식보다 기본적인 적성을 측정하려 했다”고 말했다.

◇“지식보다 사고력 키워야”=LEET 출제를 총괄한 평가원의 김주훈 연구기획 단장은 “지식보다는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운 수험생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출제했다”고 밝혔다. 기억력에 의존하기보다 주어진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 추리력·분석력·종합력 등 고차원적 사고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본다는 것이다. 특히 언어이해 영역은 예비 법조인이라면 대학에서 특정 전공을 이수했더라도 공적 가치 판단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독해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학원에 다니거나 특정 전공을 공부한 학생들이 유리한 시험은 안 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험에서 상당수 응시생들은 추리논증 영역이 1월에 실시된 예비시험보다 어려웠다고 평했다. 김 단장은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를 골고루 냈는데 아주 어려운 문항도 4~5개 정도 출제해 응시생들이 어렵게 느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실제 채점해 보면 예비시험보다 점수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능 출제 교수도 참여=문제 출제에 참여한 교수들의 전공 분야는 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하다. 일부 교수는 수능이나 공직적격성평가(PSAT),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MEET·DEET) 시험을 출제해 본 경험이 있다. 이 때문인지 LEET 시험이 수능이나 MEET 시험과 유사하다는 평도 있다. 평가원의 조용기 법학적성시험사업단 연구팀장은 “일부 출제자가 겹치니 유사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원은 28일까지 문제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는다. 24일 오후까지 들어온 이의신청 건수는 언어이해 9건, 추리논증 11건이다. 평가원은 이의 신청의 타당성을 검토한 뒤 다음달 10일 최종 정답을 발표할 예정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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