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기자의환경이야기] 인간이 쏘는 수중음파 고래에겐 어떻게 들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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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음파탐지기는 적의 잠수함을 찾아내는 데 쓰입니다. 그런데 이 첨단기기가 고래 같은 해양 포유동물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해양학자들은 수중에 음파를 발사하고 그 반향을 측정하는 탐지기가 고래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심지어 죽음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래의 항해와 사냥, 새끼 보호와 같은 활동을 방해한다는 거죠. 심심찮게 고래가 떼 지어 해변으로 떠밀려 와 목숨을 잃을 때면 환경단체에서는 음파탐지기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곤 합니다. 반면 해군에서는 저주파 탐지기의 활용이 꼭 필요하고 환경 영향도 거의 없다고 맞서 왔습니다.

사실 바다 속에서 고래들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소리를 냅니다. 몸집이 비행기만큼이나 큰 흰수염고래는 흩어져 먹이를 먹을 때 자신의 위치를 서로에게 알리기 위해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지난해 수컷 흰수염고래는 낮고 긴 소리를 내 자신이 짝짓기에 적합한 상대임을 암컷에게 알리고, 암컷들은 소리로 몸집이 큰 상대를 고른다고 보고했습니다. 몸집이 클수록 공기를 많이 들이마시고 소리도 오래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팀은 혹등고래가 자신이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고 주장합니다. 집단마다 노래가 다르므로 새로 이동한 지역의 고래 집단이 내는 소리를 따라하면서 스스로 위치를 확인한다는 것입니다. 어미들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소리를 내는 것과는 달리 혹등고래 새끼들은 끙끙대거나 찍찍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신기한 것이나 무서운 것을 발견했을 때 어미에게 의사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 해군과 환경단체는 오랜 법적 분쟁 끝에 저주파 수중 음파탐지기가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해양 동물에 피해를 주는 게 밝혀진다면 미국 해군도 수중 음파탐지기를 사용하는 훈련을 자제해야 되지 않을까요.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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