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궤도 오른 北.日수교 교섭-의제별 쟁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92년 11월 북.일 수교 교섭이 공식적으로 결렬된뒤 한반도주변상황이 크게 변화한 만큼 양측 의제도 다소 바뀔 것으로 보인다.결렬 당시 중요한 의제중 하나였던 북한 핵개발 의혹은 북.미 핵협상 타결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 발족으로 거의 해소됐다.재일 북한인의 지위 문제도 크게 개선된 만큼 외국인 등록때의 지문날인 철폐에 대한 더 이상의 의견대립은 없을것으로 보인다.그러나 핵심 의제인 한일병탄 해석과 배상금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한일병탄 해석=북한은 『한일병탄은 무력 침략에 의해 강제된만큼 불법이고 무효』라고 주장한다.반면 일본측은 『조약은 유효하며,한일합병의 도덕적 선악과는 별개 문제』라는 주장을 굽히지않고 있다.일본은 지난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 山富市) 당시 총리가 국회에서 『한일합병 조약은 법적으로 유효하게 체결됐다』고 발언,한국과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으며 북한도 이를 비난했다. ◇배상문제=북한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교전상태에있었다』고 주장하고 전시 배상.보상과 함께 전후보상도 요구하고있다.북한은 지난 식민지시대 36년분에다 전후 45년의 보상을더해 지급하기로 합의했던 90년 가네마루와의 「3당(자민.사회당및 노동당) 공동선언」을 관철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측은 한.일 합병조약이 유효하게 체결된 이상 전시 배상은인정할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전후보상도 『일본이 전후 45년동안 북한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온 데 따른 요구이나 의무는 아니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다만 일본에 남 아있는 재산의 청구권 협상에는 성실히 임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보상금액에 대해 일본정부는 『무상 2억달러,유상 3억달러의 경제협력으로 타결됐던 62년 한국과의 선례를 참고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은 경제 위기를 타개 하기 위해 상당 규모의 보상금 지불 요구를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여 많은 곡절이 예상된다.일 정부는 가네마루와의 3당 공동선언에 대해서는 『정부는 정당간의 공동선언에는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은혜(李恩惠).일본인 처 귀환=북한은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金賢姬)를 교육시킨 것으로 알려진 납치된 일본인인 李의 존재에 대해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李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체가테러 범행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반면 일본 은 인도적 차원에서나 협상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李는 물론 14년전 유럽에서 잇따라 실종돼 북한에 있다고 가족에게 편지가 전해진 3명의 일본인 안부도 비공식적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일본은 또 북한에 있는 일본인 처의 자유로운 귀환도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이은혜 문제는 수교 교섭의 직접적인 결렬 요인이었던 만큼교섭이 재개될 경우 『이은혜 문제와 수교교섭의 분리』라는 일본의 변화된 입장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이철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