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은 '인재 뱅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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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처음 금융통화위원에 임명된 이성남씨는 씨티은행 여직원들에겐 '왕언니' 또는 '대모(代母)'로 불린다. 그는 1969년 씨티은행에 첫발을 내디딘 뒤 91년까지 무려 22년간 씨티은행과 고락을 함께했다. 골수 '씨티 우먼'인 그가 이번에는 한국 통화신용정책의 최고 의결기구인 금통위에 입성했다.


씨티은행 출신이 국내 금융계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민간 금융회사뿐 아니라 공공기관에도 속속 진출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8개 시중은행 가운데 한미.외환 등 2개 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부회장이 씨티은행 출신이며 5~6곳의 증권.종금사 대표도 씨티은행을 거쳐갔다.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한 뒤 20년간 근무한 '씨티맨'이다. 한미은행은 10명의 임원 가운데 河행장, 박진회.강신원 부행장 등 3명이 씨티은행 출신이다.

지난 2월 취임한 로버트 팰런 외환은행장도 씨티그룹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75년부터 11년간 씨티그룹의 일본지역 임원 등을 역임했다.

민유성 우리금융지주 재무총괄(CFO)담당 부회장, 도기권 굿모닝신한증권 사장, 이재우 리먼브러더스증권 서울지점 대표, 제일투자증권 황성호 대표, 김기범 한불종금 사장, 조재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 등도 씨티은행 출신이다. 99년 금융감독원에 특채된 뒤 지난해 국제협력실장에 발탁된 최명희씨도 씨티은행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들 대부분은 씨티은행을 첫 직장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짧게는 4~5년, 길게는 10~20년 씨티은행에 몸담았다.

금융계에서는 씨티은행 출신이 이렇게 약진하고 있는 이유로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데다▶선진 금융기법을 체득하고 있으며▶원칙을 지키고▶리스크 관리에 철저하다는 점을 꼽는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상당수 직원이 해외에서 공부하는 등 선진 금융기법을 받아들이는 데 적합하다"며 "유능한 직원들이 모여 서로 배우며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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