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내전 끝이 안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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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가 「제2의 킬링 필드」로 변했다.
지난달 6일 최대 군벌인 찰스 테일러가 반군 루스벨트 존슨 체포령을 내려 내전이 격화된 뒤에만 1천여명이 살해됐다.
시체들은 대부분 길거리에 방치돼 가축이나 쥐.새의 먹이가 되고 있으며 상점.창고의 방화.약탈로 수도 몬로비아는 아비규환 그 자체다.외신 사진들을 통해 들어 온 종족간 살육.보복전은 눈 뜨고 볼 수 없다.
존슨이 이끄는 크란족은 지난 5일 마노족.지오족 및 미국 흑인노예 후손 등을 이끄는 찰스 테일러 부대원 4명을 붙잡아 시내 중심가에서 목을 잘라 전시했다.전날 있었던 폭격에 대한 화풀이였다.테일러군 병사들은 7일 다시 크란족 포로 들의 목을 잘라 그 시체를 끌고 다녔다.근처에는 총알이 가득 박힌 또 다른 포로와 불에 반쯤 타버린 시체를 내버렸다.포로들은 처형전 『나는 크란족이 아니다』며 울부짖었지만 병사들은 광란의 춤을 추며 이들을 처형했다.
라이베리아 내전은 크란족 출신 새뮤얼 도 대통령이 80년 쿠데타 이후 미 흑인노예 후손과 지오족 등을 대량으로 학살하면서촉발됐다.89년에는 미국 노예 후손인 테일러가 크란족이 아닌 다른 종족들을 규합,반란을 일으켜 28개 부족간 의 복수전은 계속됐다.7년간의 내전 희생자는 15만명.난민은 전체 인구(2백50만명)의 절반 가까운 1백만명.그러나 해결 조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6만명에 달하는 6개 무장세력의 반목이 워낙 뿌리 깊은데다 잔혹한 복수전이 더 강한 복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유럽은 물론이고 인접국들도 손을 들었다.내전 종식을 위해 8일 열릴 예정이었던 서아프리카 국가경제공동체(ECOWAS) 정상회담은 대부분 불참을 선언해 무산됐다.
◇라이베리아 약사▶1847년 국가 수립▶1980년 육군 상사새뮤얼 도 쿠데타 집권▶90년 도 대통령 피살▶95년 평화협정합의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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