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만나는 세계적 무용가] 15년째 볼쇼이 주역 스테파넨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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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질 줄 모르는 꽃이죠."

볼쇼이 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 갈리나 스테파넨코(38)의 첫마디였다. 마흔을 내다보는 나이다. 한국이라면 벌써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을 위치다. 그는 "발레만 바라보고 살다 보니 미처 결혼도 못했다"며 "그래도 '보기 흉하다'는 얘기가 나올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세계 최고의 볼쇼이 발레단에서 그녀는 벌써 15년째 주역을 맡고 있다. 뛰어난 테크닉과 풍부한 감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백조의 호수'에선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 1인 2역을 맡는다. 그는 "개인적으로 백조보다 흑조 연기를 더 좋아한다"며 "우아하게 무대를 누비기보다 역동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안무한 두 가진 버전 중 비극적 결말이 국내에서 공연되긴 처음이다.

스테파넨코는 열살에 발레를 시작했다. 집안에 무용수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춤이 좋아 시작했는데, 콩쿠르에서 입상까지 했다. 그때부터 '볼쇼이 발레단원'을 꿈꾸다 모스크바 무용학교를 졸업하고 1990년 볼쇼이 발레단에 들어갔다. 입단 후 첫 배역을 '백조의 호수'에서 오데트.오닐을 맡을만큼 기량이 뛰어났다.

'백조의 호수'의 백미인 흑조의 32회전에 대해 물었다. 대답은 뜻밖에 무덤덤했다. "모스크바 무용학교를 졸업하는 데 8년이 걸린다. 거기서 공부한 무용수라면 32회전을 소화할 줄 알아야 한다." 그는 테크닉보다 오히려 감성을 강조했다. "무용뿐 아니라 다양한 일상적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감성에 가지를 쳐야 한다"고 말했다.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588-7890.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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